[12월의 시] 12월 저녁의 편지

기사입력 2023.02.17 18:22  |  조회수 13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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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안도현·시인, 1961-)

 

연탄 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의 시다.

시인은 콩알이 머물렀던 자리인 깨끗한 콩깍지 방을 보면서, 고 작은 방을 보면서 여기에 더 무엇을 채우려고 하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만약 있다면 거기에 채울 것은 사랑밖에 없지 않겠는가. 콩대궁은 어머니요, 콩알은 떠나보낸 자식이다. 어머니는 언젠가 돌아올 자식을 위해 방을 깨끗이 해놓았다. 콩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대궁이에 잎자루가 나고, 그 둘레에 꽃이 피어 콩꼬투리가 달린다. 가을에는 말라 버린 그 꺼칠한 콩대궁!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를 콩대궁에 비유했다는 게 참으로 탁월한 표현이다. 

 

저물어 가는 12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은 그 꺼칠한 어머니의 손목을 한번 잡아주자. 아니면 아내의 손이라도, 자식의 손이라도, 이웃의 손이라도, 서로의 따뜻함으로 새해를 맞자!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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