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여덟 살의 꿈
-
여덟 살의 꿈
나는 ○○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박채연(부산 부연초 1학년)
며칠 전 승용차에서 라디오를 들었다. 평생을 미용사로 살아온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였다. 그는 언제나 손님을 내 가족같이 대하면서 일했단다. 그러니 자연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 되었고, 점심도 함께 먹고 한다니 한 가족 같다고 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가위 하나로 사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남을 도와주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라디오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어린이 시 한 편이 생각났다. 바로 『여덟 살의 꿈』이다.
이 어린이 시는 십수 년 전 어느 동요제에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때 몇 선생님과 이 노랫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 교육 현실을 바로 꼬집은 것이다. 부모의 욕심이 문제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시키고, 뭐든지 최고대학을 지향하는 과도한 부모 욕심이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에게 너도 나중에 꼭 국제중, 민족사관고등학교, 하버대학교에 가야 해 하면서 은근히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이들을 점수 경쟁으로 몰아넣는 교육정책이 문제다. 우리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학교 성적이 곧 그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단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인간성도 좋다? 성적이 곧 학력인 것처럼 되어버리고, 본래 교육 목적인 인간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단다. 그러나 여기에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 부모치고 아이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그렇다고 아이의 공부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것은 부모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일찍부터 공부에 대한 자극을 주는 게 좋다고 본다는 것, 자녀의 장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란다. 어차피 사회현실은 경쟁이다. 오히려 공부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인재양성은 곧 공부에 있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교육에 관한 논쟁은 언제나 결론 아닌 결론으로 끝이 나곤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우리 교육도 점수만의 경쟁보다는 어릴 때부터 아이의 적성을 계발함으로써 학벌보다는 실력을 쌓아 장차 우리 사회의 건전한 민주시민이 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3월 새 학기다. 초등학교 교문에는 『얘들아 어서 와. 반가워!』 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교문을 드나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맑고 곱다. 저출생의 시대, 모두가 귀한 우리나라 아이들이다. 장차 그들의 고운 꿈이 오늘 봄빛 환한 날처럼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김진문(시인)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