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윤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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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시인)
이 시를 그림으로 상상하면 한 폭의 담백한 수묵화 같다. 고독과 애수가 느껴지는 수묵화다. 왜인지 슬프고 짠하다. 인간은 본래 슬프고 고독한 존재로 태어났는가?
외딴 봉우리, 외딴집 같은 말은 인간 고독을 나타낸다. 여기에 외딴 사람 시각장애인 처녀가 등장한다. 주인공이다. 조연은 꾀꼬리 울음소리이다. 꾀꼬리 울음소리는 처녀의 고독을 더욱 애잔하게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은 이 아름다운 한 폭 수묵화를 볼 수가 없다. 가난한 산지기 아버지와 어머니는 집에 없다.
혼자 집을 지키는 눈먼 처녀! 그가 견뎌야 할 고독은 적막과 어둠의 세계이다. 어느 날 순간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꾀꼬리 울음! 문설주에 바짝 귀를 대이고 있는 처녀!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순간이다. 자연과의 교감이다. 그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읽고 느낀다. 꾀꼬리 울음이 그의 고독을 달래주고 있는가. 그는 행복을 느꼈으리라!
이 향토색 짙은 명시를 중학교 시절 국어 숙제로 외웠던 기억이 난다. 벌써 55년 전이다.
송홧가루 날리는 계절이다. 울진은 소나무 공화국이다. 산마다 송홧가루가 펑펑 터지고 있다. 오랜만에 윤사월을 읊조려 본다.
윤달은 윤년과 달리 불규칙하게 돌아온다. 시인 박목월이 살았던 시절의 윤사월은 언제쯤일까? 1944년이 윤사월이었다. 그리고 2020년이 윤사월이었다. 다음 윤사월은 2058년이다.
시인은 아마 윤사월이 들었던 1944년 봄에 이 시를 쓴 것이리라. 윤사월은 1946년 5월, 문예지『상아탑』에 처음 발표했다. 박목월의 고향, 경주 건천초등학교에 윤사월 시비가 세워져 있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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