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옥방, 들꽃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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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산골 아이들이다. 36번 도로를 따라 옥방으로 가는 길이다. 봄 하늘은 황사로 뿌옇다. 옥방 들머리에 들어섰다. 나를 먼저 봄꽃들이 맞이해 준다. 복사꽃, 살구꽃, 오얏꽃, 산벚꽃, 조밥 꽃들이 집 뜰에도, 언덕배기에 다투어 피었다. 동네가 온통 꽃대궐이다. 울진 읍내보다 기온 차로 여기에는 지금 한창 앞다투어 피고 있다. 봄바람에 부푼 꽃들이 날아갈 것 같다. 봄 햇살에 하얀 꽃들이 피어서 산골동네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누구든 여기에 오면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이나 이호우의 시조 『살구꽃 핀 마을』을 읊조릴 것 같은 분위기이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옥방은 60여 가구가 있는 아담한 산골동네로 울진군과 봉화군의 경계지점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울진군 금강송면 광회 2리와 봉화군 소천면 분천 5리이다. 하지만 통상 이 두 곳을 옥방으로 말한다.
승용차를 세우고 구 36번 도로에서 바라본 산골동네 옥방은 평화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남회룡에서 시작되어 폐광 옥방광산 앞을 거쳐 옥방천이 흘러내린다. 말 그대로 맑은 구슬이 구르듯 자연스레 광비 쪽으로 흘러간다.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동네에 들어서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도로를 가로지른다. 승용차도 겁냄이 없다. 차를 세우고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산골동네라 동물도 느림의 자유를 즐기는 것 같다.
옥방은 6∼70년대 중석 광산촌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광산으로 잘 나가던 당시에는 거주 주민과 유동 인구를 포함하여 1,500여 명 이상으로 좁은 산골이 북적댔다고 한다.
이제 60여 년이 흘렀다. 그때 그 시절은 옛날이야기 되었다. 지금은 주민이 100여 명이다. 조용한 산골동네이다. 어느 분의 말씀이 이곳 주민들은 울진, 봉화를 구분하지 않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동네란다. 동네 사람 모두가 한 지붕 한 가족이다. 그래서 정서적 공동체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사람 사는 냄새와 재미가 물씬 나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옥방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 있다. 다름 아닌 구슬보다 더 귀한 존재인 6남매와 5남매가 자라고 있다. 열한 명의 아이들이다. 이 동네에는 최근 새로 태어난 아이가 하나도 없다. 여기에 이 귀한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모가 있다. 아이 하나도 기르기 벅찬데 대여섯을 낳아 기른다니! 울진에서는 보기 드문 다자녀를 둔 가정이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까닭은 그들을 만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골 아이들의 순수함도 만나 보고 싶었다.
먼저 약속을 해두었기에 두 분 어머니와 아버지가 옥방교회 사랑방에 나와 있었다. 필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따뜻한 커피를 두고 마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낳다 보니 대여섯 명 낳았네요. 쌍둥이까지 하하하!
먼저 두 분 어머니 이야기부터 들어보았다. 모두 젊은 40대다. 주만나(45) 이성신(43), 두 분 이름이 기독교인답다. 『만나』는 이집트를 탈출하여 사막을 떠돌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느님이 주었다는 음식이다. 『성신』은 한자 뜻풀이로 성스러운 하느님을 믿는다? 필자가 이름이 좋다고 하자 기분 좋게 웃는다. 두 분 다 활달하고 얼굴이 밝고 환하다. 인터뷰 내내 웃음꽃이다. 필자도 오랜만에 함께 웃었다.
은총이 엄마 이성신(43세)씨는 일산과 서울에서 살다가 10여 년 전 옥방에 왔단다. 아직 젖먹이가 딸린 어머니다. 은총이 아빠가 한살림에서 일했는데 전국에 출장을 다니다 보니 이곳이 자연풍광도 아름답고 사람 살기에 좋아 옥방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살림은 친환경 먹을거리인 농산물들을 전국에 공급하는 우리나라 대표적 식료품 기업이다. 남편(이명훈, 46세)은 지금 울진에 와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자기도 역시 이런 자연환경을 좋아하기에 지금껏 살아 보니 아이들 키우기에 너무 좋은 곳이란다. 서울에서는 건물과 사람들로 둘러싸인 번잡한 환경인데 이곳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아주 좋은 환경이란다. 자연 가까이서 자라난다는 것, 아이들에게 유해 환경이 거의 없고, 도시에서는 남들이 다 보내는 학원이 없어 눈치 볼 일이 없다. 아이들끼리 경쟁이 없어 좋단다. 여기에 정착해서는 남편과 산책을 즐기는 여유도 있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처음부터 아이를 여럿 둘 생각이었냐고 대뜸 묻자 은총이 엄마는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서너 명은 낳았으면 했는데, 낳다 보니 6명까지 낳았다고 한다.
아이는 1남 5녀, 6남매다. 첫째 은총(6학년), 둘째 기쁨(3학년), 셋째 슬기(2학년), 넷째 로은 (2학년), 다섯째 새봄(유치원), 여섯째 한결(3살)이다.
그가 아이들의 이름 지은 이야기이다. 모두 한글 이름이다. 은총이네는 첫 아이를 가지고 나서 이름을 먼저 지어두었다. 첫째 아이는 은총으로 지었다. 첫째 낳고 둘째 아이는 기쁨으로 지었다. 왜냐면 첫째를 낳은 기쁨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둘째 낳고 셋째, 넷째는 쌍둥이를 낳았다. 셋째 이름은 미리 『슬기로운』으로 지었는데 딸 쌍둥이를 낳게 된 것이다. 쌍둥이를 낳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이름을 세트(쌍)로 지어서 쌍둥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셋째는 슬기, 넷째는 여자아이라『로운』 보다는 은혜로워라고 『로은』으로 이름 지었단다. 둘 다 슬기롭고 은혜가 가득한 아이가 되라고. 부모가 이름짓기의 속 깊은 마음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혹 아이들 이름을 말할 때 정확히 발음해야 할 것 같다. 로운이 아니라 로은으로 말이다.

풀무학교에서 만난 위대한 평민, 지유네 엄마, 아빠!
다음은 지유네 이야기다. 지유는 이 집 맏딸이다. 중학교 2학년이다. 엄마, 아빠는 주만나(45) 강현국(45) 부부다. 2남 3녀다. 5남매다. 첫째가 지유(중2), 둘째 온유(6학년), 셋째 은유(5학년), 넷째 자유(2학년), 다섯째 찬유(유치원)이다. 5남매 모두가 이름 그대로 지혜롭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이, 은혜롭고 자유로운 아이, 하늘의 뜻을 찬미하는 아이로 잘 성장하라는 말이렸다! 기독교 가정다운 아이들 이름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는가? 허허 웃으면서 슬쩍 묻자. 풀무학교에서 눈이 맞아 졸업 후 결혼하게 되었단다. 풀무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등 대안학교다. 학교 공식 이름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다. 기독교인이자 교육자인 이찬갑, 주옥로 두 분이 1958년도에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학교의 교훈은 『위대한 평민』이다. 1958년 개교 후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협동조합에 바탕을 둔 마을 공동체의 이상이며 유기농업 혁명의 본산』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풀무학교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장래 진로 결정에 필요한 열 가지 지침(풀무직업 십계)이 독특하다. 참고로 소개한다.
1) 직업을 결정하기 전에 천성과 장점, 능력을 잘 파악하자. 2) 이 직업은 낮은 생활, 높은 정신을 실현하고 더불어 사는 평민의 목표에 맞는 직업인가 생각해 보자. 3) 준비는 길수록 좋다. 예수는 3년의 공적 생애를 위해 30년을 준비했다. 4) 학교는 직업 선택과 준비 기간으로 알되, 직업을 통해 일생 배우고 향상 할 수 있어야 한다. 5) 수입이나 명예보다 이웃사랑의 실천도를 기준으로 하라. 6) 내게 맞는 직업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업이 무엇인가 찾아보라. 7) 편한 곳보다 되도록 힘든 곳을 택하라.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8) 인생을 어떻게 살까, 큰 틀을 생각하고 직업문제를 채우도록 하라. 9) 남이 닦아 놓은 길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 10) 직업에 귀천이 없다. 어떤 직업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다.
아마 이 부부도 풀무학교의 교훈인 『위대한 평민』 정신을 공유하며 살아가리라. 그래서 필자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눈이 맞은 모양이라고 하자 지유 엄마가 크게 웃었다.
지유 엄마에게 서울 새댁이냐고 묻자, 자기는 옥방보다 더 깊은 태백 산골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 태백 시내에도 몇 번 나오지 못한 오지였던 깊은 산골이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성공회 신부님이라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났다. 삼척 환선동굴 경계인 태백 덕항산 아래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시집왔단다.
지유 아빠는 이곳이 고향이다. 남편 강현국은 옥방에서 사회적기업인 영농조합법인 『산골에 꿈』(대표 김운섭, 62)에서 일하고 있다. 마을 기업인 『산골에 꿈에』서는 금강송면의 대표 브랜드인 금강소나무 솔잎을 가공하여 음료인 액상차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2024년도에는 행정안전부 주관 전국마을기업공모전에서 입상, 수천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다고 한다. 옥방 마을 기업이 잘되길 기원한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먼저 부모부터 행복해야 한다. 이들 두 가정은 아웅다웅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두 아이 부모 교육관이 참으로 건전하다. 그들의 교육관과 다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일들과 소박한 바람을 들어보았다. 은총이 엄마 의견이다.
『맏이 은총이 꿈은 어서 어른이 되어 독립하는 것이랍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둘째 기쁨이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에요. 그림 그리기를 즐기고 소질도 있어 보입니다.』
평소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키운단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 옥방에 살고 있구요. 성공보다는 성장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낼 거라 믿으며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제가 해주어야 할 것은 평안한 가정환경과 건강한 밥상,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 외 것에 대해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저녁엔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 시간을 주고 저희는 부부만의 산책 시간을 갖습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삶에서 엄마 아빠의 행복이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이 행복해야 건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행복은 누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이 창조해야 하는 것, 행복도 기술이다. 사람마다 행복관은 다르겠지만 인생의 종합예술은 행복이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각자의 행복창조는 자기 기술이다. 또한, 그 행복 창조가 자기만이 아닌 이웃과 사회가 모두 행복할 때 아름다운 사회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엄마 아빠가 먼저 행복하게 사는 삶을 보여 줄 때 아이들도 자연스레 그렇게 성장한다는 참으로 건전한 교육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학교,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어느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이 올 시간이란다. 오후 4시가 넘었다.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을 마치고 오는 것 같다. 6명의 아이가 깔깔대며 들어왔다. 오자마자 덥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들이 『뛰어오니 더웠어!』 하며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 땀을 흘러 더우니 물놀이하잔다. 내가 『물놀이 어디서 하는데』 묻자 옥방천 다리 밑에서 한단다. 『얘들이 여름만 되면 냇가에서 산다고, 모두 물개가 된다』고 지유 엄마가 아이들을 치켜세운다. 나를 보자 곧바로 조용해진다. 낯선 이를 보자 어색한가 보다. 나와 눈 맞추고 인사를 하고 나서 둥글게 앉자 방이 꽉 찬 느낌이다. 눈망울이 맑고 반짝거린다. 곱고 해맑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옥방분교다. 전교생이 9명이다. 옥방에서 일곱 아이, 남회룡에서 두 아이가 다닌다. 모처럼 아이들과 마주 앉자 이야기를 했다. 옥방의 보배! 들꽃 아이들 어떻게 자라냐고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새봄>
새봄이 보고 자기소개 말을 시키자 『몰라요, 몰라요,』 한다. 유치원생답다. 아이들 눈길이 새봄이에게 쏠린다. 새봄이는 방긋방긋 웃는다. 엄마가 아빠가 왜 새봄이라 이름을 지었을까? 이름이 좋아 묻자 그래도 『몰라요』한다. 새봄이는 통학버스로 본교인 삼근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다닌다. 새봄처럼 들꽃처럼 환하고 예쁘다.
<슬기와 로은, 한결이>
슬기와 로은이는 쌍둥이다. 학교생활이 어떠니 하고 물으니, 학교생활이 보통이나 그중에 방과 후 활동이 재미나고 신난단다. 독서도 재미있단다. 엄마들의 얘기로는 옥방분교는 바이올린, 피아노, 독서를 방과 후 활동으로 짜여 있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무척 좋단다. 전교생 9명이 모두 열심히 수업하고 있다. 9명이 돌아가면서 세 가지 프로그램을 모두 수업받고 있다. 두 분 엄마는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지속 운영되기를 바란다면서 학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슬기는 몇 학년?』 『2학년이에요,』 『학교에서 뭐가 재미있어요?』 『공예를 잘해요. 열쇠고리를 잘 만들어요.』 또록또록 말한다. 한결이는 3살로 엄마가 돌본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산골에서는 어쩔 수 없이 육아전담이다.
<은유>
은유는 5학년이다.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하고 싶은 말을 한번 해볼래? 했더니 하하하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마주 이야기 내내 웃는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모두 친구가 되어 좋아요. 어른이 되면 커피가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어느 날 엄마가 준 커피 라떼를 먹어 봤는데 너무 맛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어른이 되는 스무 살이 되면 먹겠단다. 왜냐하면, 어릴 때는 카페인을 먹으면 크지 않기 때문에 일단 키를 충분히 키운 후에 마음껏 마시겠다고 한다.
꾀는 멀쩡하다 했더니 웃는다. 그리고 빨리 어른이 되어 자유롭고, 뭐든 자기 힘으로 하고자 하는 독립파다. 『왜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그러자 은유는 『일하는 데는 자신이 있고, 아주 멋진 집을 짓고 살고 싶단다. 글도 쓰고 싶다고』 한다. 『너 할아버지도 글을 써서 책도 내었는데』 했더니 눈을 반짝하면서 『그래요』 한다. 처음 듣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면 힘들었던 옛 시절을 생각하면서 옥방이 생각날 거 같애요.』 은유는 말하는 품새가 높은 학년답게 어른스럽게 이야기한다.
은유는 앞으로 중학교에 가게 되면 걱정된단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울진까지 가야 되기 때문이다. 언니 지유는 옥방에서 100리 떨어진 울진중학교까지 날마다 택시로 통학하고 있다. 엄마의 말로는 교통이 편리하나 눈비 오는 날이 가장 불편하고 걱정된다고 한다.
6학년인 온유는 오늘 교육청에 모임이 있어 갔단다. 은유는 2년 후에 중학교에 가는 것이 가슴설렌단다. 환경이 달라지고 새 친구들 사귀기 때문인 것 같다.
<은총>
은총이는 서울에서 태어난 지 8개월째 여기 왔단다. 여기가 고향이나 마찬가지란다. 은총이는 맏이다. 덩치가 크고 의젓한 소녀티가 나는 6학년이다. 6형제의 대장 역할을 한단다. 자기가 엄마보다 바쁘다는 말에 모두 웃었다. 은총이는 빨리 독립해서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싶단다. 그래서 자유롭게 살면서 일하고 싶단다. 우리는 또 한바탕 웃었다.
동생들이 말 듣냐고 하자 때로는 그렇지 않단다. 동생들에게 뭐 시키면 반항한다. 옆에 있던 동생이 『저 언니가 말을 잘 안 들어요.』
그러자 지명이 된 언니는 『저는 말을 잘 들어요.』 했다. 『그럼 언니는 잘하는 게 뭐가 있냐.』 묻자, 동생들이 『밥은 잘해요.』 그랬더니 그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대장 말 잘 들어야지』 했더니, 『예!』 하고 대답한다.
『또 잘하는 거는?』『빨래도 잘해요.』 은총이 동생들에게 집안일을 역할 분담도 시켜 엄마 대신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 검사도 한다나.
은총이에게 『그럼, 동생들이 잘하는 것은 뭔데?』 『웃는 것 잘한다고』 하면서 하하 웃는다. 은총이는 키가 커서 운동을 잘한다고 한다.
이렇게 남매들끼리 티격태격하지만 모두 잘 자라고 있다. 옥방 교회 사랑방에서 이야기하던 날도 은총이는 막내 동생의 유아치를 끌고, 집으로 씩씩하게 돌아갔다. 은총이 대장 만세다!
<기쁨>
기쁨이는 3학년이란다. 『기쁨이 잘하는 것 재미있는 것』하고 물었더니 『미술이요』한다. 그림 그리기에서 사람을 잘 그린다. 대장 언니 은총이 말 잘 들어야지 했더니 모인 아이들이 웃는다. 기쁨이는 말수가 적으면서 차분한 성격 같다.
<자유>
자유는 2학년이다. 내가 『시유?』하고 이름을 잘못 말했더니『강자유요, 강자유』자기 이름을 다시 또박또박 말해준다. 그러면서 한바탕 웃는다.『학교생활 재미있니?』함께 있던 아이들이『학교에 가면 집에 오기 싫어요.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서요. 아이들과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아서 좋아요.』
그러자 자유가 『집에 오면 엄마가 받아쓰기하자고 해서 때문에 싫어요.』 『엄마 비리가 폭로되네』 하자 옆에 있던 엄마도 한마디 한다. 『아니요, 나도 힘들어요, 자유가 받아쓰기해달래요.』 해서 함께 웃음보가 터졌다.
엄마 말로는 자유가 학구파란다. 공부에 열중하고 독서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밖에 재미있는 거는 『운동을 좋아해요. 축구도 하고 피구를 좋아해요.』 『 집에 오면 엄마를 도와주니?』온유가 끼어든다. 『청소는 원래 제가 해요.』 온유가 『엄마 이제부터 내가 밥상을 차릴게』 한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온유 엄마가 한마디 거든다.
일하다 들어와서 식구들 밥하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에게 분담시킨단다. 농사가 바쁠 때 엄마와 함께 쟁기를 끌기도 하고, 감자 캐기 등도 한다. 산에서 나물도 뜯는다. 일과 놀이를 함께 하면서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배운다.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엄마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 알아서 하니 대견스럽다.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동생을 돌보거나 집안일을 도운다.
<지유와 온유, 찬유>
지유는 중학교 2학년이다. 지유는 울진중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택시를 타고 날마다 등하교한다. 울진에서 옥방까지 25분쯤 걸린다. 겨울철에는 해가 짧고 눈비 오는 게 걱정이지만 지금껏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 온유는 옥방분교 어린이 회장이다. 오늘 교육청에 모임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찬유는 유치원생이다. 그날 보니까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것 같다. 강아지와도 잘 놀았다. 더구나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다 만난 길고양이와도 친근한 듯하다. 아까 필자가 마을에 들어서다 만난 고양이다. 고양이도 찬유가 쓰다듬어 주니 발을 올리며 애교를 표시한다. 산골 아이들과 동물과 나누는 교감 현장이다. 참으로 정다운 모습이다.

다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고민은?
『다자녀 가구』 또는 『다자녀 가정』은 일반적으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를 말한다. 최근 워낙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다자녀가구 지원기준을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로 낮추어서 국가가 법 적용이나 지자체별로 조금 다른 데도 있다. 정부에선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제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은총이 엄마는 아이들이 여섯이나 되다 보니 지금은 주택 공간이 좁단다. 처음에 세 식구가 이사 와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런대로 살았다. 지금은 여덟 식구가 되다 보니 주택이 작아 복작복작하다. 아이들도 청소년이 되면서 덩치도 커지고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유지하려 무척 애쓰는 데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이 든단다. 당국에서 고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산골에 살다 보니 외지로 가끔 나가는데, 8식구가 타자면 9인승인 승합차라야 된다. 그런데 이 승합차 소유 때문에 교육지원 대상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질 소득은 낮아 지원대상인데 승합차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자녀 가구에 대한 당국의 정책 등을 묻자 두 엄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정부가 인구정책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출생아에 대한 지원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무척 많을 거라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도 아마 다자녀 가정의 수가 전체적으로 무척 적기 때문에 관심이 적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둘째 우리 같은 다자녀 가정은 사실상 아이들이 많기에 누군가는 아이들 돌봄을 감당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맞벌이가 힘든 상황입니다. 남편 외벌이로는 앞으로 아이들 성장 과정에서 지출되는 씀씀이가 걱정됩니다.
셋째 정부에서 지원되는 양육비는 취학 전에는 일정 부분 보탬이 되지만 실제 지출이 커지는 시기는 초등학교 취학 이후부터 청소년기 전반입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현실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많고 성장 과정에서 돈 씀씀이도 많이 듭니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넷째 학교의 기능을 학생 수로만 평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행히 우리 마을에는 학교가 있어서 젊은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10여 년 후 우리 아이들이 졸업하면 옥방분교 존폐도 걱정됩니다. 지역에 소규모학교가 있어야 마을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건강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이같이 산간벽지에서 학교의 존재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효과가 있음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였으면 합니다.
인구 위기, 한국 발등의 불
여기서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의 인구 전망에 관해 인구 위기 또는 인구절벽 시대라고 한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5,155만 명이다. 세계 29위다. 인구수 1위는 인도다. 14억 2,862만 명이다. 2위는 중국 14억 2,562만 명이다. 미국이 3억 3999만 명으로 3위다. 일본은 12위로 1억 2,329만 명이다. 북한은 2,616만 명으로 56위이다.
그렇다면 합계 출생률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2023년 현재 출생아가 역대 최저 0.78명으로 소위 선진국가(OECD) 중 최하위다. 10년째 최저 출생률이다. 전 세계에서 합계 출생율이 1명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이를 잘 낳지 않기로 유명한 프랑스도 1.79명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도 합계 출생률 1.60명, 시리아도 2.74명이다. 2100년 한국 인구는 약 2,000만 명으로 전망한다. 인구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런 위기는 없었다고 진단한다.
1970-80년대 국가 최고의 목표는 경제 발전이었다. 당시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1970년 4.53명→1980년 2.83명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줄었다. 당시만 해도 예비군 훈련을 가면 군 보건소에서 산아제한 홍보를 했다. 홍보 후에는 정관수술 대상자를 신청받았다. 정관 수술대상자는 그날 예비군 훈련 면제 혜택을 주기도 했다. 그걸 사람들은 비속어로 일명 부랄 까기(?)라고 했다. 참으로 오래된 50여 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다자녀는 가난의 대명사였다. 어쨌든 정책 결과는 출생률 감소로 이어졌다.
인구증감의 통계변화 추이를 보면 1984년에서 1990년대까지 평균 출생률이 연간 약 60만 명대를 유지했다. 1971년 102만 명, 1987년 62만 명, 2022년 24만 9천 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50년 만에 출생아 수 연간 4/1로 토막이 났다. 이제 1994년생이 베이비붐 세대이다. 올해 나이로 만 30세이다. 그들은 취업, 결혼, 출산 등 주요 생애과정에 진입하는 시기이다.
이들이 낳은 신생아 출생률이 앞으로 한국 인구위기의 고비가 된다고 한다. 출생아 수가 줄면 미래 엄마 수도 줄어든다. 부모 세대가 줄어들면 출산율은 더욱 감소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고령화 등 인구문제 심화를 초래한다.

일과 육아가 마음 놓고 양립 가능한 사회로?
역대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대응 정책이 도입되었다. 예산만도 16년간 약 280조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예산은 확대 증가 되었으나 오히려 합계 출생율은 떨어졌다.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 늙어가는 사회가 되어간다. 인구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이대로 간다면 지역소멸에 이어 현재 인구도 100년 후에는 2천만에 불과하다고 예측한다. 저출생 문제와 고령화 대응 정책의 결론은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바꾸냐가 문제이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저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사회복지체제의 모범국으로 유럽 선진국인 스웨덴을 일례로 든다. 스웨덴은 복지 천국(?)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전 국민 무상의료이다. 육아휴직 기간에 급여의 약 80%를 국가가 보조해 준다. 우리나라는 영아 수당, 육아수당, 부모급여가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스웨덴은 여성이 직장에서 일할 때 남편이 아이를 양육하고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이들 부모가 쓸 수 있는 출생 육아 휴가 기간이 총 480일이다. (우리나라는 출산휴가일이 90일이다.)스웨덴은 그중 90일을 남성이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스웨덴의 2020년 현재 출생률 합계는 1.66명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는 현재 1천 3십 8만여 명이다. 여성 고용률은 70%이다. 대다수 여성이 직장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이는 직장을 가진 남녀 모두가 일과 육아를 양립하면서 자기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스웨덴의 오늘날 같은 복지사회는 그들이 수십 년간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인구 위기로 국가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 저출생 극복과 인구 증가를 위해 지자체마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인듯하다. 저출생 극복의 하나의 대책이지만 일과 육아가 양립하는 사회구현은 필요 조건이다. 이러한 저출생 극복 노력은 정부의 정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민간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가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어쨌든 스웨덴의 복지 모델은 우리에게 그림의 떡으로 먼 앞날의 희망 고문인가? 복지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런 사회시스템으로 가자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일례로 차별 없는 기업 간의 임금 격차 문제 해소, 양성평등의 직장문화, 위킹맘을 이해하는 직장문화 정착 등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사회적 인식 전환과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물론이지만 그에 따르는 사회적 복지비용도 문제라고 본다. 이런 여러 문제는 사회구성원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서로가 풀어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고 진단한다. 더구나 기성세대가 미래의 청년세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의 사회시스템을 구현하자면 청년이 안정되어야 한다. 출산은 청년이 하는 것이다. 청년이 안정되고 행복해야 아이도 낳는다.
하느님보다 더 귀한 존재, 들꽃 아이들!
인구 급감으로 학교가 사라진다. 『서울에서도 줄 잇는 폐교… 조금 먼저 온 미래』라는 문화방송 보도(2023. 02. 07.)가 눈에 띈다. 초등학교 입학생이 해가 바뀔수록 줄고 있는 만큼 이런 『폐교 도미노 현상』은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고등학교로 다시 대학으로 파급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절정은 현 대학 진학생 수보다 출생아가 그 정원을 못 채우는 현실이 곧 올 것이다. 문제는 도시학교 폐교도 문제지만 농촌, 산간 등의 인구 급감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역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낙관한다. 우리 사회에는 건전한 청년들이 대다수여서 아이들은 자꾸 태어나기 때문이다.
인구 위기의 시대, 보배보다 더 귀한 아이들이다. 하느님이 따로 있겠는가? 그들이 바로 하느님이다. 안도현의 시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으면』을 소개한다.
『어른들도 없을 것이다/어른들이 없으므로 교육도 없을 것이다./교육이 없으므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교과서가 없으므로 시험도 없을 것이다./시험이 없으므로 대학교도 없을 것이다./대학교가 없으므로 고등학교가 없을 것이다./고등학교가 없으므로 중학교가 없을 것이다./중학교가 없으므로 국민학교가 없을 것이다./국민학교가 없으므로 운동장이 없을 것이다./운동장이 없으므로 미끄럼틀이 없을 것이다./미끄럼틀을 타고 매일 매일 하늘에서 내려오는/눈부신 하느님을 본/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없다면 미끄럼타고 날마다 내려오는 하느님을 어디서 볼 것인가?
옥방은 산골이 아니다. 하느님이 태어나 자라는 곳이다.
하느님보다 귀한 존재인 아이들이 있다!
오늘도 들꽃 같은 하느님은 스스로 자란다.
산 높고, 물 맑고, 하늘 깨끗한 곳에 자리 잡은 옥방!
순박한 사람들과 들꽃 아이들이 사는 곳!
그곳에는 날마다 재잘거리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하느님이 사라진 삭막한 세상!
다가올 미래가 아니길 바라며 그들의 앞날, 옥방 아이들에게 영광이 함께 있기를 기원한다.
옥방 들꽃 아이들 만세!!
* 취재에 응해주신 두 분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기에 실린 사진 일부는 강현국님과 이성신님이 보내온 것입니다.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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