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과 괴담정치
-
장원섭(동원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인류 역사에서 한순간에 흐름이 바뀌는 시대를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사건 하나로 사회 혼란이 시작되었다. 괴담은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그 틈새를 이용한 세력들이 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대세를 장악한다. 그 밑바닥에는 항상 선동과 괴담이 불쏘시개로 작용하지만, 그것의 진실 여부는 선동의 힘에 묻혔다.
오늘날에도 다를 바가 없다. 2000년 초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으로 인해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환경단체의 선동과 2008년 ‘광우병 괴담’, ‘제주해군기지 건설 환경 파괴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성주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괴담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라는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한다던 천성산 도롱뇽은 여전히 잘살고 있었고(145억 원 손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주장도 엉터리(275억 원 손실)였음이 드러났다. ‘인간 광우병’ 괴담이 난무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 되었으며(최대 3조7000억 원 피해), 성주 사드 레이드 전자파(참외 매출 10% 하락)는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산하는 전자파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시위 전문 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금방 ‘뇌송송 구멍탁’이 될 것처럼 선동했지만, 정작 그들조차도 광우병의 과학적 측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괴담은 과학적 근거가 없었지만, 그들은 국민이 진실을 알고 모르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국민을 정치적 선동의 대상으로만 간주했기 때문이었다. 괴담을 퍼뜨리고 선동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노리는 것을 얻는 것만이 목적이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지난 문재인 정권이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행이네요”라며 한마디로 넘겼다. 그 후로 그는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즈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과 선동이 또다시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괴담과 선동이다.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에 의해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었음에도, 여전히 괴담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괴담을 퍼뜨리며 선동하는 단체들은 그때 재미를 봤던 그들이다. 정치권에서도 다시 때를 만난 듯 괴담 확산의 선봉에 서서 활개를 친다. 그들 역시 그때 단단히 재미를 봤던 자들이 대부분이다.
20세기 초 나치독일 사례는 인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히틀러와 함께 나치의 선동을 이끈 괴벨스는 불안과 공포, 증오를 이용하여 대중을 자극했다. 그는 군중심리를 이용해 독일 국민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의 지지를 얻었다.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드는 괴담들은 이들 전형적인 나치 독일 선동 수법과 닮았다.
이처럼 모든 문제는 괴담을 만들고 선동하는 자들이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뭔가 보여주려 한다. 지지층의 공격적인 본능을 자극하고 그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틀려도 사과할 생각이 없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없이 그저 우리 편이냐 상대편이냐에 따라 사실을 저들의 목적에 맞게 왜곡한다. 저들의 비리는 비리가 아니고, 부패도 부패가 아니며, 범죄 역시 범죄가 아니라고 강변하다가 사실과 윤리의 기본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군중은 진실을 알기를 원한 적이 없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증거를 외면해 버리고 자신들을 선동하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신처럼 받드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에게 환상을 주면 누구든 지배자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환상을 깨려 하는 자는 희생의 재물이 된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프 르봉(Gustave Le Bon)이 그의 저서 『군중심리』에서 한 말이다.
어차피 이념에 빠진 자는 종교에 미쳐 광신도가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하면 ‘패배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역사상 최고의 선전, 선동가의 한사람으로 평가받는 나치독일의 괴벨스가 남긴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거리를 정복할 수 있다면 대중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을 정복하는 자는 국가를 정복한다.”
이 얼마나 소름이 끼치는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죄(罪)는 사유(思惟)하지 않은 죄’라고 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우는 가장 무서운 교훈의 하나이다. 위험한 적(敵)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께 큰절로 인사 올린다.
위로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