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 9월

기사입력 2023.11.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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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시인 / 이외수(1946~2022)

 

목덜미에 달라붙던 진득한 불볕더위도 가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진초록 잎과 가시에 둘러싸였던 탱자가 황금빛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사랑보다 깊은 아픔으로 여름날을 견딘 황금빛 탱자! 기다림이 주는 완숙한 평화다. 간이역은 기다림이다. 사소한 평화로움이다. 간이역 탱자도 그렇게 익어갔으리라. 

우리네 삶도 언젠가는 떠날 간이역이다. 가끔은 일상을 접고, 잠시 쉬어가는 간이역이 되는 여유를 가져보자. 새털구름 한 자락이라도 걸어 두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보자. 그것은 행복이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일상에서 벗어나 가벼운 새털이 될 때까지. 그것은 당신이 만들고 놓쳐서는 안 될 자신의 것이다.

 

(시인 김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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