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水思源(음수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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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그 근본을 잊지 말라는 교훈의 의미로 회자되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고사(故事)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심산유곡 밭 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시냇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수차(水車), 즉 물레방아를 만들어 마을사람들이 가져오는 벼를 찧어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약간의 사례금으로 생활을 유지해 나갔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지만 노인의 생활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이 늘어나 다른 날보다 돈 몇 푼을 더 벌게 되자 노인은 기분이 좋은 나머지 벼를 찧는 절굿공이와 절구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물레방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벼를 찧는 절굿공이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감사한 마음을 중얼거리면서 이야기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절굿공이와 절구가 고마워 견딜 수 없었다. 만약 이들이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이런 좋은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종이돈(紙錢)을 싸서 경건하게 절구와 절굿공이 앞에서 향을 피우고 그 은혜에 감사하면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했다. 며칠이 지나 그는 갑자기 절굿공이가 하는 일은 물레방아가 돌아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만일 물레방아가 없었다면 절굿공이도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급히 음식을 준비하고 술을 데워 상(床)을 차려놓고 이번에는 물레방아를 향해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느낀 것이 있어 물레방아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물레방아는 어떻게 해서 움직이는 것일까? 노인은 물소리를 듣고 물레방아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물레방아 위로 올라가 시냇가에서부터 물레방아를 향해 졸졸 흐르는 물을 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만일 물이 없고 물레방아만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쌀만 있고 불로 끓이지 않으면 밥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이 절구와 절굿공이도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므로 정말로 감사의 절을 하려면 모든 동작의 근원이 되는 물에게 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비로소 노인의 눈에 모든 것이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세상사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남북조(南北朝)시대, 북주(北周)에 유신(庾信, A.D.513~581))이라는 문인(文人)이 있었다. 자(字)는 자산(子山)으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았으며 특히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통달하여 후진들이 다투어 그의 문풍(文風)인 서유체(徐庾體)를 배우려고 할 정도로 명망이 높았다.
그는 원래 양(梁)나라 사람으로서 48세가 되던 서기 554년에 원제(元帝) 소역(蕭繹)의 명을 받고 서위(西魏)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장안(長安)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유신이 고국을 떠나와 있던 동안 양나라는 서위에게 멸망되고 말았다. 졸지에 유신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으나 당시 그의 명망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서위의 군주는 그를 강제로 장안에 잡아두고 벼슬을 내려 대관(大官)으로 삼았다. 나중에 서위를 멸망시킨 북주(北周)에 이르기까지 그는 북조(北朝)에서 28년 동안 머무르며 평생토록 두터운 예우를 받았으나, 항상 조국인 양나라에 대한 연민의 정을 잊지 못하고 때때로 느낀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많은 시문(詩文)으로 지어 후세에 남겼다.
그가 남긴 유자산문집(庾子山文集, 전 20권) 가운데 7권의 징주곡(徵周曲)에 보면 당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詩) 한 편이 전하는데 그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落其實者思其樹),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네(飮其流者懷其源).
비록 남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가 조국은 멸망되고 억류된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음수지원(飮水知源)이라고도 한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그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이렇듯 넓게는 국가와 민족, 가깝게는 부모와 고향, 나아가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는 살아가면서 그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어느새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왔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먼저 추석을 떠올리게 된다. 추석은 1년 농사의 결실을 자축하는 행사로서 예로부터 전승되어온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1년 동안 정성들여 가꾼 풍성한 수확물들을 모두 상(床) 위에 차려놓고 후손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며 조상님들의 공덕을 기리고, 흩어져 있던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가족의 애틋하고 끈끈하며 두터운 정(情)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화합의 마당이기도 하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모여 조상님과 가족 상호간에 대한 덕담을 많이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일부러라도 서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그리고 차례가 끝나면 음복(飮福)을 하고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오늘의 자기 자신이 있게 된 근원을 한 번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레방아를 보며 삶의 이치를 깨달은 심산유곡의 그 노인처럼 말이다. 덤으로 족보(族譜)라도 펴놓고 자랑스러운 가문(家門)의 근본과 내력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