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백조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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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비 백조가 가족 십여 명을 거느리고 봉무공원에 내려앉으려다 냇물이 얼어서 그만 앉지 못하고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왔다. 지난 겨울에 와서 먹었던 붕어를 먹으러 가족들 데리고 왔다가 할아버지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낭패를 당한 할아비가 내 처지 같구나. 아비 없는 손자가 반지하방을 비워주어야 할 판이라 잠이 오지 않는다.
시베리아 추위를 피해 한반도 대구에 왔다가 강물이 얼어서 낭패를 당하다니. 그들은 낙동강 쪽으로 갔으나 겨우내 살 수는 있겠지. 흰옷을 입었던 우리 민족을 닮은 그들이 무탈하기를 빈다.
조류인플엔자 조심하길 곱은 손 모아 빌고 또 빌어 본다.
(원용수 시집, 『백조의 기분』 전문)
백조는 우리말로 고니다. 백조는 가을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 시베리아 등지로 돌아가는 겨울 철새이다.
겨울 철새인 백조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과 눈은 애잔하고 따뜻하다. 냇물이 얼어서 먹이활동을 못한 늙은 백조의 처지를 자신과 견주어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백조 가족들은 낙동강으로 가서 이 겨울을 무사히 보내리라 낙관한다.
시인에게 있어서는 백조는 단순한 생물체인 한 마리의 새가 아니다. 객관적 사물에 대한 그의 감정 이입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그 감정 이입은 봉무공원의 백조·반지하방의 자신과 손자·흰옷을 입은 우리 민족으로까지 확장된다. 백조는 흰옷 입은 배달겨레의 상징이다. 독자들에게 이 상징은 북쪽 추운 지방인 시베리아나 만주대륙을 떠돌며 조선독립을 위해 고난을 당한 우리 겨레를 생각하게 하는 따뜻하고 애잔한 마음으로 읽힌다.
시집 『백조의 기분』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애잔한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울진 출신으로 대구에 거주하는 원용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백조의 기분』을 펴냈다.『백조의 기분』은 시 제목이기도 하다. 80대 중반이 지나서도 왕성한 시작 활동하고 있는 원 선생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낸다.
(김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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