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 농무 農舞

기사입력 2024.06.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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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꽹가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철없이 킬킬 대는구나 /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 서림이처럼 해해 대지만 이까짓 /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 /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신경림 「농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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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의 거목이자 민중 시인으로 유명한 신경림의 시 『농무』이다. 필자가 문학청년 시절, 80년대 그의 시 농무를 읽고 시 형식과 내용에서 색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파격적이었다.

 

산문 같은 형식에다 내용은 농촌 이야기를 써 놓았기 때문이다. 농무는 당시 산업화, 도시화로 자꾸만 황폐화되어가는 농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언뜻 읽으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이지만 화자가 농촌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한바탕 신나는 춤으로 당시 민중의 한과 울분을 신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농무는 우리나라 시문학사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시는 중등 국어 교과서에 『갈대』, 『가난한 사랑의 노래』, 『농무』, 『목계장터』가 실리기도 했다. 우리 고장 후포 등기산 공원에는 그의 시 『동해 후포에서』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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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지난 5월 22일 세상을 떴다. 향년 88세,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문인장으로 치러졌다. 장례 위원장은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이고, 집행위원장은 시인이자 전 문화광관부장관이었던 도종환 선생이 맡아 진행했다.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 조문온 것 같다. 필자도 세종손글씨연소(김성장 선생) 회원들과 만장을 부탁받고 조문을 갔다. 필자가 쓴 만장 문구는 선생의 시 『목계장터』에 나오는 『하늘은 날 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 더러 바람이 되라하네』였다. 충주 장지에 갔다 온 분들에 따르면 만장 행렬이 근래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고 한다. 고 신경림 선생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선생이시여 영면하소서! 

(김진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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