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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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전문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시인 정호승은 말한다. 봄이 가도, 별이 져도, 우리는 아직 그대들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침몰 10년,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 라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기록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 전국 각지에서 상영되고 있다. 『제로썸』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뜻이다. 무엇이? 침몰의 진실이다.
윤솔지 감독이 연출한 〈침몰 10년, 제로썸〉은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해안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지난 10년간의 진상규명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는 여러 차례 거듭한 조사에도 아직 침몰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왜 바로 구조하지 않고 늦어졌는가. 외부 충돌설, 내부 결함설, 과적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으나 아직도 그 침몰 원인은 미상이다.
필자도 세종시 메가박스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이준석 선장 대신 키를 잡았던 조타수 조준기가 영화에 출연하여 당시 상황을 증언한다. 한편으로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감추고 있던 자료를 바탕으로 침몰 원인을 실증으로 추적한다.
영화에서는 바다 수면에 잠수함 피뢰침 같은 물체가 왜 찍혔으며, 미국은 세월호 사건 당시 백악관에 걸려 있던 성조기를 왜 한국에 기증했고, 단원고 교정에 왜 목련 나무를 심었는가? 물론 한국민과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애도한다는 우방국 뜻이라고 하나 이 사건과 관련되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난 후 뒤풀이 장소에서 어느 분이 『세월호 사건은 진행 중이다.』 라고 했다. 침몰 원인 미상 10년, 앞으로 진실 규명 10년이다.
아이가 공부하던 방을 10년째 그냥 두고 있다는 어느 유가족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직도 그날의 진실은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는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고.
(김진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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