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고, 더 큰 세상으로

기사입력 2025.03.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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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의 신(神) 하백(河伯)이 어느 날 오후,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하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뿌듯해하는 그의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백이 돌아보니 늙은 자라(龜) 한 마리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하백이 자라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황하보다 더 큰 물이 있다는 말이오?” 

 

늙은 자라가 대답했다.

“그렇소. 해가 뜨는 동쪽에 북해(北海)라는 큰 바다가 있는데, 이 세상 모든 강이 그곳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그 넓이가 실로 어마어마하지요.”

“과연 그렇게나 큰물이 있을까요?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못 믿겠소.” 

황하의 중류 지역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하백은 늙은 자라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늙은 자라는 그런 하백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가을이 오면서 늦장마가 시작되었다. 연일 쏟아지는 비로 물이 불어나면서 수천 갈래의 물길이 모두 황하(黃河)로 흘러들었다. 강물이 불어나면서 황하의 강폭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넓어졌다. 이쪽에서 바라보면 저쪽 강둑에 서 있는 것이 소인지 말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황하를 바라보고 있던 하백은 문득 지난날 늙은 자라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문득 자신이 다스리는 황하의 끝까지 내려가서 그 늙은 자라의 말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는 물길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다 마침내 황하가 끝나는 동쪽 끝 지점의 북해(北海)에 이르렀다. 

 

그곳에 이르자 북해의 신(神) 약(若)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약이 손을 들어 허공을 가르자 순식간에 파도가 가라앉더니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하백은 사방이 모두 물로 이루어져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를 보고 너무 놀랐다. 

 

그는 그동안 세상 물정 모르고 혼자 뽐내며 살아온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속담에 이르기를, 백 가지 도(道)를 듣고서 자기만 한 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에 북해의 신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음은 그가 사는 그곳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요, 여름벌레에게 겨울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음은 그가 그 시절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오. 지금 그대는 큰 바다를 보고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으니, 더불어 큰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겠소?”

 

『장자(莊子)』 외편 「추수(秋水)」에 실린 ‘망양지탄(望洋之歎)’의 고사로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탄식한다.’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크기를 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한때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구가하던 그 기업의 총수가 써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의 제목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젊은이들에게 큰 꿈을 가지고 세상을 넓게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넓은 세상을 보려고 하지 않고 순간적인 좌절감에 사로잡혀 그 틀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우리가 타고난 팔자 운운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하릴없이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는 자신이 노력해서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넓은 세상에 설마 내 뜻을 펼칠만한 곳이 어디 없겠는가? 다만 자신이 스스로 그동안 작은 일에 집착하며 자신만의 틀을 고집하며 살아오는 바람에, 큰 그림 그리는 일을 잠시 잊었을 뿐이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이 세상 전부가 아니다. 천하는 너무 넓어 대장부의 큰 꿈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차피 자기 삶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관 뚜껑이 닫힐 즈음에나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수가 끝난 다랑논 논둑을 지나 우거진 숲길을 헤치며 산을 오른다. 길게 늘어선 시제(時祭) 행렬, 장정들은 등짐을 지고 부녀자들은 양손에 짐을 들어 비록 몸은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조상님 묘소를 찾는 발걸음은 가볍다. 고개를 몇 개 넘고 한참을 걸어 묘소에 이르니 쪽빛 하늘에 탁 트인 계곡에 단풍이 한창이다. 

 

고개를 들어 추수가 끝난 들판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 시절 바닷가 백사장에 누워, 먼 훗날 더 넓고 큰 세상을 함께 꿈꾸던 친구의 환한 미소가 그립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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