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올 때를 아는 지혜

기사입력 2025.09.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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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나라의 천하통일 대업을 끌어낸 이사(李斯)는 승상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사기(史記)』 「이사 열전」에 보면,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본래 상채(上蔡)라는 곳의 평범한 백성이었거늘, 황제께서 나의 불민함을 모르시고 발탁하셔서 이 자리에 이르렀다. 이제 신하들 가운데 나보다 높은 자가 없으니 내 부귀가 극(極)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일이 극에 다다르면 쇠(衰)하는 법, 이제 나는 어디에서 멍에를 벗어야 한다는 말인가(吾未知所稅駕也)”

 

탈가(稅駕), 즉, ‘멍에를 벗는다.’라는 말은 ‘수레에서 내린다.’라는 뜻으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처신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여기에서 유래한 고사이다. 결국 이사는 황제가 병사한 뒤 권력다툼 과정에서 환관 조고(趙高)의 모략에 걸려들어 허리를 베어 죽이는 요참형(腰斬刑)을 당했다. 

 

둘째 아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이사는 통곡했다.

“너와 함께 다시 누렁이를 끌고 상채 동문 밖으로 나가 토끼몰이하고 싶었지만 이미 틀렸구나(牽犬東門 豈可得乎)” 

 

돌이킬 수 없는 삶에 대한 회한과 부질없이 권력만을 좇아 앞만 보고 달려온 무상한 인생 여정에 대한 자성(自省)의 울부짖음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권력욕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불운을 자초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유언을 ‘동문견(東門犬)’이라 불렀다. 

 

진(晉)나라의 육기(陸機)는 하교(河橋)의 전투에서 패하고 사람들의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그의 조부는 유명한 삼국시대 오나라의 명장 육손(陸遜)이었다. 

그는 사형이 집행될 때 ‘이제 다시는 내 고향마을 화정(華亭)의 학(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구나.’라고 한탄했다. 

훗날 사람들은 옛날 일을 그리워하거나 벼슬길에 나아갔어도 큰 뜻이 좌절되어 후회하는 심정을 나타낼 때 ‘화정학려(華亭鶴唳)’라고 하여 육기의 고사를 인용하곤 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진(晉)나라 때의 장한(張翰)을 꼽는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여 누구와도 잘 어울렸고 특히 글을 잘 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일러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에 빗대었다. 

그는 말단 벼슬살이를 하다가 무더운 늦여름 어느 날 아침에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불현듯 고향의 농어회와 순챗국을 떠올렸다. 그는 크게 느끼는 바가 있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각 개편에 따른 후속 인사들의 청문회가 조용한 날이 없었다. 

과거 행적들이 털리면서 어쩌면 하나같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탈세와 같이 죄질이 나쁜 의혹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여론마저도 이런 정도의 의혹으로 추궁하면 앞으로는 장관 적임자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개탄할 정도이겠는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선에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을 기세가 아니다. 

 

게다가 광복절 사면으로 죄질이 나쁜 것으로는 이제 별로 문제 삼지 않는 모양새가 되었다. 석방이 아니라 아예 복권까지 선물로 받아 광폭 행보가 거침이 없다. 저잣거리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는 배짱도 내보인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말은 내재된 오만함의 표출이다. 여론이 악화하면 ‘겸허한 자세로 깊이 반성하고 시정하겠다.’라고 사과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예로부터 권력은 아침이슬(朝露)이라 했다. 영롱한 모습으로 잎사귀 끝에 달려 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권력도 인생처럼 부질없이 무상(無常)한 것이라 표현했다.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자꾸만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만 애쓰는 높으신 분(?)들께 권한다. 

늦여름 아침 가을바람에 느낀 바 있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간 장한(張翰)은 본받기 어렵더라도, 누렁이를 앞세워 아들과 더 이상 사냥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통한의 눈물을 쏟은 이사(李斯)나, 고향마을의 학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육기(陸機)의 고사(故事)를 돌아보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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