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비의 기원과 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돌이 품은 역사 ! 비석 속 지혜, 전통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
기사입력 2026.01.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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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해설사 심상태

 

돌에 새긴 시간! 울진봉평리신라비가 들려주는 이야기


망자를 떠나보내는 장례 풍습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간소화되었지만, 묘비를 세우는 일만큼은 여전히 유교적 전통 속에서 지켜지고 있다. 비석은 조상을 기리고 그 생애를 기억하려는 후손의 마음이자 효의 상징이다. 더불어 시제일을 정해 조상을 모시는 제례(祭禮)는 가문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중요한 풍속으로 후손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효(孝)의 덕목으로 여겨진다.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은 울진의 역사와 문화, 신라 천 년의 숨결을 품은 공간이다. 이 전시관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된 ‘경북 북부 유교권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어 2011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석기의 변천사와 비석 문화의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석비 변천 연구전시관으로 지역민과 방문객에게 울진의 깊은 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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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전경

 

1. 비석의 유래 - 돌에 새긴 기억의 역사

비석은 고인의 생애를 칭송하거나 한 시대의 업적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돌에 글을 새긴 기록물이다. 무덤 앞에 세운 묘비에는 인물의 이름, 관직, 자(字), 호(號) 등이 새겨지며, 명성이 높은 인물의 경우 생전 공덕을 기리는 명문(銘文)과 서문이 함께 새겨지기도 했다. 특히 15세기 이후 묘비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비석의 형태와 규모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했다.

 

비석의 종류는 매우 폭넓다. 왕릉 앞에 세운 능비를 비롯해 신도비, 기념비, 순수비, 정려비, 송덕비, 선정비, 애민비, 영세불망비 등이 있다. 글씨체는 주로 전서체를 사용했으며, 지역의 명필이나 학자가 비문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공적이 큰 유공자의 비석은 규모가 크고 장식이 화려해 그 덕을 길이 전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묘비의 윗부분에는 ‘이수(螭首)’라 불리는 지붕 모양 장식이 얹혀 있는데 이는 비문이 비바람에 변색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구실을 하며 고인의 위엄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과거에는 대리석을 사용했으나 오늘날에는 철분 함유량이 적고 글씨 변색이 거의 없는 오석(烏石)이 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석은 평안남도 용강군(현재 온천군) 해운면 어울동 토성지를 조사하면서 당시 낙랑의 ‘점제현 신사비(AD 85년)’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고구려 광개토대왕비(414년), 신라 진흥왕 순수비, 울진봉평리신라비(524년)가 한국 비석 문화의 대표적 유산으로 꼽힌다. 울진봉평리신라비는 신라의 지방 통치 질서와 법체계를 구체적으로 새겨놓은 기록물로 ‘법치의 시작을 알린 비석’으로 평가받는다.

 

돌에 새긴 글자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한 시대의 사상과 인간의 삶 그리고 후손에게 남기고자 한 정신이 살아 있다. 

울진봉평리신라비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신라시대의 역사와 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한 자료이며 글자 하나하나를 통해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며 역사의 무게 속에서 오늘의 울진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2. 비석의 구성과 명칭 - 돌에 깃든 예법과 상징

비석은 단순한 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의 예법과 상징이 깃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비석은 ‘비신(碑身, 몸돌), 이수(螭首, 머릿돌), 귀부(龜趺, 받침돌)’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 비신: 글이 새겨진 중심 부분으로, 고인의 생애나 공덕, 시대의 기록이 담긴 핵심 공간

- 이수: 대개 용의 무늬가 새겨져 있어, 고인의 덕을 하늘에 전한다는 의미

- 귀부: 거북 형상을 본떠 ‘장수와 불멸’을 상징


이 구조는 당나라 시기에 체계가 확립되었으며,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이후 본격적으로 귀부·비신·이수의 구조를 갖춘 석비를 제작했다.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 입구 ‘비석거리’에 늘어선 석비들은 대부분 갈(碣) 형태로 머릿돌이나 받침돌 없이 비신만 세운 단정한 비석이다. 

이들 중에는 조선시대 울진 지방에서 관찰사, 군수, 현령 등 지방관의 선정비가 다수를 차지한다. 

비석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덕과 예를 돌에 새긴 조형예술이며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은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교육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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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내부

 

3. 석비의 종류와 명칭 분류 - 돌에 새긴 공덕과 역사

비석은 목적과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묘비: 고인의 공적을 알리거나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석

왕비: 왕이나 왕비 무덤 주변에 세운 비석

신도비: 지방관, 종3품 이상을 지낸 자의 관리자 비석이며 선정비라고도 함

기념비: 특정인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석

정려비: 일상생활에서 충신, 효자, 열녀 등 공을 세운 자의 추모 비석

송덕비: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선정비라고도 함

유허비: 역사적 활동에 기여한 인물의 비석

기타: 율령비, 사적비, 추모비, 영세불망비석 등이 있음

 

울진군은 국보와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비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각 비석은 시대와 인물, 사회적 의미를 담은 귀중한 역사 기록물이다. 관리 덕분에 후손과 방문객들은 돌 위에 새겨진 역사의 숨결과 선조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울진의 비석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다.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석비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돌 속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정신을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울진군이 관리하는 비석은 다음과 같다.


율령비 1기, 선정비 73기, 효열비 24기, 부도비 3기, 태실비 1기, 유허비 10기, 기념비 7기, 신도비 1기


4. 야외 비석공원과 고승석비 - 석조예술의 세밀한 체험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의 야외 비석공원은 석비의 변천사와 한국 석조 문화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총 32기의 석비 모형이 전시되어 있으며 실제 진품 비석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연구와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고승석비는 일반 신도비에 비해 제작기법이 매우 섬세하다. 머릿돌과 받침돌의 형태와 크기가 각기 독특하다. 

 

야외비석전시공원에는 통일신라시대의 보림사 보조선사탑비(장흥, 884년, 보물 158호), 선림원지 홍각선사탑비(양양, 886년, 보물 446호),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보령, 890년, 국보 8호), 봉암사 지증대사탑비(문경, 924년, 국보 315호), 봉림사지 진경대사탑비(창원, 924년, 보물 362호)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시대 탑비로는 보현사 흥녕사지 징효대사탑비(영월, 944년, 보물 612호), 무위사 선각대사탑비(강진, 946년, 보물 507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원주, 1085년, 국보 59호)가 있으며, 신라 말기의 쌍계사 진감선사탑비(하동, 887년, 국보 47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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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자료 검색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은 전국 유명지의 고승석비를 실제 모형으로 재현하며 한국 최대 규모의 비석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 최대 비석인 광개토왕능비도 실물 모형으로 제작·전시되어 한국사 학습과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야외비석공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석비를 통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석조예술의 세밀함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 공간이다. 울진군은 이를 통해 비석 전시공원의 효시 역할을 확실히 하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한국 석비 문화의 깊이와 가치를 전달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 - 비석으로 읽는 역사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은 울진군 관내에 흩어져 있던 다양한 비석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된 역사문화 공간이다. 

 

전시관 입구의 ‘비석거리’에는 총 45기의 석비가 전시되어 있는데 대부분 조선시대 이후 울진 지방관, 관찰사, 군수, 현령 등 공직을 지낸 인물들의 송덕비다. 형태는 대부분 ‘갈(碣) 형태’로, 단순하면서도 고유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전시관 내부는 두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운영된다. 제1전시실은 울진봉평리신라비와 삼국시대 비석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제2전시실은 금석문과 한글을 주제로 금석학의 계보와 비석 양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제1전시실은 국보 제242호로 지정된 ‘울진봉평리신라비(1988. 11. 04. 지정, 율령비)’가 자리하고 있어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하면 내부를 자세히 무료로 해설 관람할 수 있다. 석비를 통해 신라의 역사와 울진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점은 전시관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울진 주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의 존재와 가치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어 관심과 방문을 늘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인 만큼,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함께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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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42호 울진봉평리신라비

 

6. 울진봉평리신라비, 전통과 관광을 잇는 문화자원

울진봉평리신라비는 단순한 문화유산을 넘어 전통문화 학습의 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닌다. 

 

전시관 외부의 넓은 대지와 비석거리 공간은 중·고등학생들의 수련과 역사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후손들에게 비석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는 교육적 의미가 크다.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죽변해안 스카이레일, 국립해양과학관, 죽변 수산물과 연계한 지역축제와 페스티벌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면 주민 소득 증대와 체류형 관광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자체가 사전에 부대시설을 제공하고 편의를 마련하면 관광객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죽변역과 연계한 울진 여행 코스로 개발하면 울진봉평리신라비 전시관은 단순한 역사 전시관을 넘어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 상권 활성화와 역사문화체험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군과 지자체, 주민이 힘을 모아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진봉평리신라비는 역사 속 기록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자원으로 울진의 지속 가능한 관광과 교육의 중심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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