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기사입력 2026.02.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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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동원대학교 교수)

 

초년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의 고생했던 경험은 어른이 된 후,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서 고생을 할 리야 없겠지만 어쩔 수 없어 한 고생이라도 성공한 뒤에 돌아보면 큰 도움이 됐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람은 여건이 좋아지면 옛날의 고생은 쉽게 잊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른들은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관계없이 그때 그 시절의 간절했던 마음을 절대 잊지 말라고 주문하곤 했다. 

 

예로부터 한결같은 태도로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이야기로 ‘물망재거(勿忘在莒)’라는 고사가 회자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상황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잊고 함부로 하다가는, 인간 됨됨이를 의심받게 되고 화(禍)가 닥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비유로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제(齊)나라는 군주 양공(襄公)이 살해되면서 내분에 빠지자, 왕권 다툼을 피해 이웃 나라에서 망명하고 있던 규(糾)와 소백(小白)이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당시 관중(管仲)은 규를, 포숙아(鮑叔牙)는 소백을 각각 모시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魯)나라에 있던 규보다 거(莒) 나라에 있던 소백이 한발 먼저 도착해 즉위했다. 왕위에 올라 제환공(齊桓公)이 된 소백은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나갔다.

 

규를 왕위에 오르게 하려고 소백을 죽이려 했던 관중은 포숙아의 추천으로 재상으로 기용되었고, 소백의 마부였던 영척(甯戚)도 측근으로 중용되었다. 이후부터 포숙아는 제환공과 관중, 영척과 함께 술을 마실 때마다 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덕담하며 주의를 환기하곤 했다.

 

제환공에게는 거 나라로 피신해있을 때의 고난을, 관중에게는 노나라에서 감금되어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를, 영척에게는 말에게 먹이를 주던 힘든 시절을 절대 잊지 말라는 말이었다. 

 

당시 포숙아가 제환공에게 남긴 말이다. 

“부디 공(公)께서는 거 나라에서 돌아오시던 때를 잊지 마옵소서. (使公毋忘出如莒時也)”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말고 어렵던 역경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여씨춘추(呂氏春秋)』 「직간(直諫)」 편에 실려있다. 

 

이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서로 협력하여 마침내 제나라를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첫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타이완 정부의 최전선인 진먼다오(金門島)에 가면, 곳곳에 ‘거(莒) 나라에 있을 때를 잊지 말라. (毋忘在莒)’라는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친필 글귀가 돌과 간판에 새겨져 있다. 

피눈물을 흘리며 대륙에서 쫓겨난 그가 지금은 비록 타이완과 그 주변의 작은 섬에 묶여 있지만, 2,500여 년 전 제환공처럼 절치부심하며 본토를 수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타이완은 생존을 위해 늘 초심을 상기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현실을 돌아보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초심(初心)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개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열정적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마음가짐이 풀어지면 ‘초심을 잃었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른 정치로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권력에 맛을 들이며 점점 타락해가는 군주나 정치인이다. 측근의 말은 언제나 비위에 잘 맞고 달콤하다. 군주가 듣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측근들이 모두 옳다고 해도 백성들이 옳다고 한 뒤에야 그 말을 쓰라.” 맹자(孟子)의 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부지런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나중을 삼가기를 항상 처음처럼 하시옵소서.”

 

한명회가 임종에 들어 성종에게 남긴 말이다. 그도 군왕에게 측근을 멀리하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의 말을 덕담으로 남겼다. 초심을 한결같이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병오년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가정에 큰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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