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장수 셈하기(甕算)

기사입력 2009.12.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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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가난한 옹기장수가 옹기를 팔려고 장으로 가다가 고개를 오르다 무겁기도 하고 다리도 아파서 고갯마루 나무 그늘 아래에 지게를 버텨 놓고 잠시 쉬고 있었다. 옹기장수는 곰방대에 담배 한 대를 물고 땀을 닦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팔자가 좋아서 고대광실 좋은 집에 호의호식으로 호강을 하고 나 같은 놈은 팔자가 사나워 초가삼간 하나 없이 악의악식도 마음대로 못하면서 한여름 삼복더위와 동지섣달 눈보라에 추위를 무릅쓰고 등짐장사로 세월을 보내면서 구차하게 살아가니 참으로 가련하고 한심한 인생이 아닐 수 없구나. 내 뭐 하러 이 세상에 나왔던고.’ 하고 한숨만 푹푹 내쉬며 먼 산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마음을 다시 돌려 생각한다.
‘안 되겠다. 이제부터는 나도 알뜰하게 돈을 좀 모아 잘 살아봐야겠다.’하고 옹기를 팔아서 부자가 될 생각을 해보았다. 옹기장수는 지고 온 옹기 짐을 바라보면서 골똘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저 옹기들을 팔아 외상값을 갚고 남는 돈으로 달걀을 사서 앞집 주인에게 병아리 알 품는데 끼워 달래야겠다. 병아리를 잘 키워 암탉이 되면 알을 많이 낳을 거야. 그 알을 모아 다시 부화시켜 병아리를 만들고 닭이 수 십 마리가 되면 팔아서 암퇘지 새끼를 사다 키워야지. 그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모두 팔아서 이번에는 암 송아지를 사야겠다. 그 암소가 커서 송아지를 자꾸 낳으면 팔아서 논을 사야겠어.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이익을 남기다 보면 가히 천만금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게야. 큰 부자가 되면 논밭을 사 들이고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서 장가를 들어야지. 날마다 어진 아내와 예쁜 첩을 좌우에 거느리고 즐기게 되겠구나.

 

가만있자 그러면 큰 마누라가 강짜를 해서 서로 끄덩이를 잡고 싸울 것이야. 싸우기만 해봐라. 내가 요년들을 그냥… 네 이년들!’ 하고 크게 소리치면서 지팡이를 힘껏 후려치는 시늉을 하는데 엉뚱하게도 옹기 짐지게를 지탱하고 있던 작대기를 걷어 차버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옹기 짐이 쏟아지면서 박살이 나고 말았다.

 

가난한 옹기장수가 헛된 꿈에 잠겨 좋아하다가 옹기를 깨뜨리는 바람에 여태껏 애써 셈한 게 다 허사가 되어버렸다는 이 설화는『어우야담(於于野譚)』주리파옹조(籌利破甕條)와『성수패설(醒睡稗說)』옹산조(甕算條)에 실려 있는데, 민간에서는 ‘독쟁이 구구’ 또는 ‘옹기장수 옹기셈’ 즉, ‘옹산(甕算)’이라는 속담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 설화는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미리 결과부터 상상하고 허황된 계산을 하는 것을 풍자하는 동시에 노력하지 않고 욕심만으로 헛된 결과를 꿈꾸는 자세를 비판하는 교훈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행정기관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두고 ‘국가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위한 정책’ 운운하며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세종시위원회를 만들면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손익계산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세종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수정론이 공론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의 공방전은 점입가경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공약한 세종시 원안을 지금에 와서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치와 신뢰를 짓밟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국가 백년대계를 무너뜨리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충청권의 모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할 경우 민란(民亂)까지 각오해야 한다.”며 무시무시한 협박성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 대립이 심각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은 고수되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표의 발언을 놓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계파들이 서로 충돌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정부기관의 지방 이전정책이 이제 그 심각한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 건설 정책을 내놓은 초기부터 이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당시 국정을 맡은 사람들에게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 정권이 바뀌자 정책의 효율성을 언급하며 재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수립한 정책이라는 것이 지금 와서는 지역감정을 치유하기는커녕 그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국론마저 분열시키는 정책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분주한 손익계산을 보고 있노라니 고갯마루 나무그늘에 쪼그리고 앉아 골똘하게 궁리하는 옹기장수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저마다 찬반에 대한 이유도 갖가지이지만 대부분 자기가 속한 정당이나 지역구와 관련된 민심을 근거로 들먹이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나무그늘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만을 위한 손익계산에 분주한 옹기장수와 같은 모습의 정치권이 아니라 진실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민란(民亂)이 일어나면 마치 그 우두머리라도 맡을 것 같은 만용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당리당략에서 자유로운 용기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장원섭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소장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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