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는 자라(鼈)가 천리를 간다

기사입력 2010.02.03 18:26  
댓글 0
  • 카카오톡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전래동화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가 있다. 걸음이 빨라 달리기에 자신이 있는 토끼가 거북이에게 시합을 제의해서 벌이는 한 판 승부다. 누가 봐도 승부는 이미 정해진 것. 그러나 이 경주에서의 승자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거북이에게 돌아간다.

 

토끼는 스스로의 빠름을 믿고 처음부터 한 방에 내달리는 호기를 부린다. 그러나 거북이에게 속도는 무의미하다. 그냥 가는 만큼 가는 것이다. 어쩌면 갈 수 있어서 행복한지도 모른다.

 

거북이는 걸음이 느리다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만 그저 묵묵히 쉬지 않고 목표지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다.

 

토끼는 원래 빠르게 달리는 동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토끼가 이긴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거북의 느린 걸음은 그래서 소중하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면 그 약점이 오히려 반전시킬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아는 거북이는 그래서 쉴 수가 없다. 이 교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재주를 가진 자가 겸손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지 말고 성실함과 꾸준함을 삶의 덕목(德目)으로 삼으라는 뜻에서 ‘파별천리(跛鼈千里)’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덕담으로 자주 사용했다. 파별천리라는 말은『筍子』의「修身篇」에 나오는 성어(成語)로 ‘반 보(步)로 가도 쉬지 않는 자라가 천리를 가고, 흙 쌓기도 쉬지 않으면 마침내 언덕과 산을 이룬다(步而不休 跛鼈千里 累土而不輟 丘山崇成).’는 가르침에서 유래했다.

 

‘파별(跛鼈)’이란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한 절름발이 자라를 뜻한다. 절름발이니 그나마 걸음도 자라 걸음으로 한 보(步)가 아닌 반 보(步)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절름발이가 어떻게 천리를 가겠는가. 그러나 재주가 둔해 남들이 한 보씩 성큼 내디딜 때 절뚝거리며 반걸음씩 밖에 내 딛지 못하지만 쉬지 않고 앞으로 가다보면 비록 절름발이 자라(鼈)라 하더라도 천리 길을 갈 수 있다. 지난해에 자주 나누었던 ‘우보만리(牛步萬里)’, 즉 소(牛) 걸음으로 만리(萬里)를 간다는 덕담과 같은 뜻의 가르침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꾸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산에 가기도 어렵고 다이어트 한답시고 운동으로 살빼기도 쉽지 않다. 매일 영어 공부한다고 해놓고 며칠을 못 가 포기하는가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계획처럼 쉽게 지키기 어렵다. 이처럼 삶 자체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한 우물을 꾸준히 파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판다면 우물을 팔 수 있겠는가? 이 일 저 일 신경 쓰다 보면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순자(荀子)는 말한다.

 

‘샘솟는 근원을 막고 도랑을 다른 곳으로 낸다면 장강(長江)이나 황하(黃河)라도 마르지 않을 도리가 없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지 못하면 비록 6마리의 뛰어난 말이 이끄는 수레라도 목적지에 결코 이를 수 없다(厭其源, 開其瀆, 江河可竭, 一進一退, 一左一右, 六驥不致).’

 

즉, 제대로 나아가는 듯 하다가 맥없이 뒤로 물러나거나, 왼쪽으로 나아가다가 문득 길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등 도무지 방향과 목표지점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보면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극복하고 큰 성취를 이루어낸 인물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들은 모두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쉬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반대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편안함에 안주하며 도전과 모험을 즐기지 아니하는 바람에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도 사장시켜 버리고 마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젊은이들이여!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에 너무 민감해 하지 말고 잊어버려라. 목표를 정하고 한 걸음이든 반걸음이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라. 그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야말로 내 인생의 비빌 언덕이 되고 기댈 수 있는 산이 된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천재성과 뛰어난 능력보다는 꾸준한 열정과 집념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만족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단거리 승부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소의 해(己丑)가 가고 호랑이의 해(庚寅)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소(牛)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올해는 그래서 더 기대를 걸고 희망을 갖게 한다. 어려워도 참고 견디면서 삶에 대한 지혜를 터득한 내공(?)이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경인(庚寅)년에는 소처럼 우직하고 자라처럼 성실한 자세를 그대로 견지하고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지혜, 즉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를 갖자. 그래서 부족함을 도리어 강점으로 만들어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뜻 깊은 해로 만들어 가자.

[장원섭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소장 기자 uljin@uljinnews.com]
<저작권자ⓒ빠른뉴스! 울진뉴스 & 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울진뉴스/월간울진(http://uljinnews.com |   창간일 : 2006년 5월 2일   |   발행인 / 대표 : 김흥탁    |   편집인 : 윤은미 
  • 사업자등록번호 : 507-03-88911   |   36325. 경북 울진군 울진읍 말루길 1 (1층)   |  등록번호 : 경북, 아00138    |   등록일 : 2010년 7월 20일                         
  • 대표전화 : (054)781-6776 [오전 9시~오후 6시 / 토, 일, 공휴일 제외(12시~1시 점심)]   |  전자우편  uljin@uljinnews.com / ytn054@naver.com
  • Copyright © 2006-2017 uljinnews.com all right reserved.
빠른뉴스! 울진뉴스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