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詩] 누워있는 바다를 보면

기사입력 2011.01.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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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희(시인)

 

푸른 이불 넓게 펼치고
두 다리 죽 뻗어 편안히 누운 바다 옆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쉬고 싶은 날이 있다
고요하기는 산 속 절집 같고
수면인지 하늘인지 경계조차 아득한 곳
말 그대로 그림 같고
호수 같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해묵은 앨범 속 유년의 뜰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 바퀴를 타고 달려온다. 
식구들 둘레둘레 모여앉아 깡 보리밥 먹던 저녁
건초더미 모깃불 연기는 매워도
오빠의 하모니카 소리에 옥수수 감자가 익어 가고
초저녁별은 식구들 머리 위로 오선지처럼 딩동댕
매달렸던가 어머니의 설거지하는 소리를 들으며
멍석 위에 누워 모깃불 연기 따라
하염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던 시절
동화 속의 하이디라도 된 듯이
박수근 그림의 단발머리 이쁜 가시내가 나인 듯
조그맣고 납작한 가슴을 가만히 누르며
잠이 들었지 꿈을 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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