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문학 16호『푸른 날 내 그리움』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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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가 한 단 한 단 안아 올리는 건 볏단이 아니다. 이태 전 세상 버린 끝냄이 할미 한 줌에도 안 잡히는 허리춤이다. 뼈만 앙상한 몸뚱이다.
할미가 채곡채곡 쌓는 것은 나락가리가 아니라 이태 전 큰물에 쓸려 간 끝냄이 할미 안방 찬장 베 보푸재에 싸 놓은 식은 밥 한 그릇이다.
할미가 한 줌 한 줌 쭈그려 주워 담는 이삭 쪼가리는 잘 익은 나락 이삭이 아니다. 끝냄이 할미 평생 뿌리고 간 순한 웃음이다. 온 마을을 환하게 덥히던 고운 웃음이다.
같은 친정 곳에서 사십 리 산중 서벽마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집 온 지 칠십해, 동기간보다 살갑게 서러운 날이면 같은 친정 곳이라고 손 맞잡고 소리 죽여 함께 울던 끝냄이 할미 이태 전 큰물에 함께 보내고, 분녀 할미 열흘을 곡식 끊고 바깥 걸음도 끊었다.
이 태 전 온 마을을 쿵쾅거리며 개락이 퍼붓던 날, 끝냄이 할미는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고 평생 죽을 고생 키운 다섯 남매 이름 하나 못 부르고 큰물에 몸을 휘둘렸다.
분녀할미 느릿느릿 볏단을 쌓는다. 칠십 평생 함께 살붙이고 버텨 온 지아비, 할미의 느릿한 손놀림에 아무 말이 없다.
분녀할미 쾡한 두 눈에 얼핏 눈물이 고이며 누런 가을이 흐릿하다. 느릿느릿 나락단을 들어 올리는 할미의 발길 옆에 감국이 떼 지어 꽃을 피워 올렸다. 스무 살 적 고운 몸 내음처럼 감국 향 짙다. 감국 향, 산중마을을 덮는다.』 -‘서벽 마을, 가을이 오다’ (남효선 시인)울진문학회(회장 김진문)가 회원들과 비회원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함께 담은 문예지『울진문학』16호를 발간했다.
이 책은 먼저 앞쪽에 임무승 울진성류한시회장의 ‘성류굴(聖留窟)’, 윤현수 한국서예협회 울진군지부장의 ‘비주(秘酒)’, 이종혁 시인의 ‘연호정 사계(蓮湖亭 四季)’, 남기일씨의 ‘개동야(開冬夜)’ 등의 한시(漢詩)를 싣고 있다.
다음으로 등단 시인인 황무룡의 ‘평해 사람들’, 황무굉의 ‘영원한 삶의 길’, 이명희의 ‘누워있는 바다를 보면’, 남효선의 ‘서벽마을, 가을이 오다’, 김진문의 ‘옥구슬’ 등의 시와 미등단 회원들의 시를 함께 실었다.
시조는 황능곤의 ‘노을녘에’ 외 4편과 남승열의 ‘즐거운 감옥’ 외 7편을 싣고, 동시는 장성태의 ‘운동장 속 아이들’ 등을 담았다.
산문으로는 장원섭 경민대학교 교수의 ‘식당에서의 단상(斷想)’, 강문필의 ‘나는 소보다 못한 놈입니다’ 등을 실었고, 논문으로 남효선의 ‘덕천 사람들의 먹거리 민속 소고(小考)’를 싣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울진 지역 출신들이 기존에 발간한 책자의 목록과 울진문학회의 연혁 등을 실었다.
발간사를 통해 김진문 회장은 “지금은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 시대”라면서, “울진문학지는 전문 작가들에 국한된 발표 지면이 아닌 만큼, 지역에서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