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기사입력 2011.03.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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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경원대학교 교수)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 B.C. 794~731)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통해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늘 꿈꾸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가기 위해 수레를 타고 행차를 하는데 모든 백성들은 길가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행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 한 가운데에서 갑자기 수레가 멈추자 장공은 그 연유를 물었다. 마부는 대답 대신 수레바퀴를 가리켰다. 장공이 자세히 내려다보니 수레바퀴 앞에서 이상하게 생긴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쳐들고 마치 도끼를 휘두르는 것처럼 덤벼들 듯이 자신의 행차를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어허, 맹랑한 놈이로군. 저건 무슨 벌레인고?”
장공이 묻자 수레를 모는 마부가 대답했다. 
“사마귀(螳螂)라는 벌레이옵니다. 저 놈은 도대체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을 모르는 놈입니다. 게다가 제 힘은 생각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마구 덤벼드는 버릇이 있사옵니다.” 

 

장공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만약 저 벌레가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천하무적의 용사(勇士)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미물(微物)이지만 그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니 수레를 돌려 피해 가도록 하라.”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이 고사(故事)는 ‘당랑지부(螳螂之斧)’,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등의 고사성어로 오늘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춘추시대에 정(鄭)나라와 식(息)나라 간에 자그마한 일을 놓고 서로 다툼이 일어났다. 서로 잘 타협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나라 왕 식후는 타협 대신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곧바로 군대를 동원하여 정나라로 쳐들어갔다. 정나라는 이에 맞서서 싸워 식나라를 크게 무찔렀다. 당시 정나라의 국력이 식나라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에 싸움의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식나라가 정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한 까닭은 몇 가지의 그릇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즉, 식나라가 저지른 잘못은 ‘덕을 생각하지 못하였고(不度德),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못했으며(不量力), 서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不親親), 논쟁의 옳고 그름을 서로 따져보지 않았으며(不征詞), 자기 잘못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은 일(不察有罪)’ 등이다.

 

이 이야기는《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공(隱公) 11년조에 실려 있는데, ‘부자양력(不自量力)’이라는 성어(成語)의 유래가 되었다. ‘부자양력(不自量力)’이란 ‘스스로 자기 힘을 헤아리지 못한다.’라는 뜻으로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서,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역량을 가늠하여 잘 살펴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이를테면 제 분수를 모르고 강한 적과 맞서 겨룬다는 뜻의 ‘당랑거철(螳螂拒轍)’과 비슷한 말이다.

 

튀니지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이른 바 재스민(jasmine) 혁명의 불길이 전 세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튀니지는 물론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가 퇴진했고 철권통치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리던 카다피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른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독재에 짓눌려 있던 민심의 둑이 터지면서 민주화 요구는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튜브로 인해 국가 간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폐쇄적인 통치를 해온 국가의 독재자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전파되는 정보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튀니지 발 민주화 운동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게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음은 어느 나라로 시위가 번질지 세계는 이번 사태를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마침내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중동의 재스민 혁명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일당 독재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화 요구를 위한 시위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재스민이 등장한 시위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중국 전역에서 100여 명이 체포되거나 가택연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위 확산에 대비해 주요 도시에는 경비가 대폭 강화되었으며 인터넷을 통한 정보 규제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폐쇄국가인 북한 또한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동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세기(世紀)가 바뀌면 그 흐름을 따라가는 새로운 사고(思考)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권을 휘두르며 국민 위에 군림해 왔던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末路)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 속담에 어림도 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늘을 보고 주먹질 한다”고 조롱하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감히 하늘을 보고 주먹질해대는 것은 당치도 않은 어림없는 짓이라는 뜻이다. 국민이 누구인가. 바로 하늘이다. 저마다 인간답게 살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바로 하늘의 목소리나 다름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 했지 않은가. 

 

《장자(莊子)》<인간세편(人間世篇)> 편에는,
“그대, 저 사마귀를 아는가. 그가 팔뚝을 치켜세우고 수레를 막아선다.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이다. 경계하고 삼가라. 이를 어기면 위태로운 것이다”라고 했다.

 

권좌에 집착하는 독재자들의 몸부림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故事)에 나오는 교만한 사마귀(螳螂)를 연상케 한다. 사마귀가 제 아무리 강하다한들 어찌 수레바퀴를 당해낼 수 있는가. 민심을 거스르는 보편타당하지 않은 그 어떤 권력도 결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다. 이를 어기면 위태로워진다는 장자(莊子)의 경고가 무섭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장원섭(경원대학교 교수) 기자 uljinnews@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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