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한간(漢奸)들
기사입력 2013.03.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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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태국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4000억원 규모의 ‘물 관리 사업’에 대해 “우리나라 4대강 사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험과 기술이 접목되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홍수 예방은 물론 국민복지 향상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사업을 한국 기업이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일부 비정부 단체(NGO)가 태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 반대운동을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단체가 태국 정부에 4대강 사업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것은 맞다”며, “왜곡된 정보로 외국 국가를 현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반하는 일이고, 국민이 원하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중·일 3국의 정상이 작년 하반기에 경쟁적으로 태국을 방문해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싯점에서 이들의 반대운동이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 행동”이라고 말하며, 우리 기업의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태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을 본뜬 12조원 규모의 통합 물 관리 사업 입찰을 실시 중인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주를 위해 중국, 일본 기업들과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수주업체는 오는 4월쯤 선정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4대강 사업이 아시아 최악의 습지 파괴 사례로 선정돼 각국 습지단체 200여 곳이 모인 ‘세계습지네트워크(WWN)’라는 단체가 수여하는 '회색습지상(Gray Award)'을 받아 세계 환경단체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우리나라 4대강 사업을 환경훼손의 대표적인 사례로 격하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의 선정 과정에서 각국 습지네트워크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4대강사업에 대해 왜곡된 정보로 선동을 하면서 인터넷 투표를 주도한 단체가 바로 ‘한국습지NGO네트워크’란 점이다. 급기야 세계습지네트워크의 크리스 로스트론 의장 등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이미 알려졌듯이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은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이미 녹색성장 사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모로코, 파라과이, 태국, 알제리 등 많은 국가들이 사업현장을 방문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은 많은 나라들로부터 이를 모방하려는 선진국형 사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반대하는 국가정책에 대해 국제적인 망신을 주기 위해 국익을 내팽개친 그들의 태도는 어이가 없다. 더군다나 해외까지 원정하며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이들의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난 해 민주통합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106년 전 총칼 앞에 굴복하고 주권을 침탈당한 오욕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면서, 한미FTA를 '제2의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함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서한’ 발송을 주도했다. 사람들은 그의 발언과 분별없는 처신에 대해 "자신이 장관할 때는 반드시 FTA를 해야 한다더니 어떻게 말을 이렇게 쉽게 바꾸는가?" 라며 비난했다. 국회에서 비준된 ‘FTA협정’은 곧 국민의 결정이다. 이를 두고 상대 국가 지도부에 우리 국회의 결정을 무력화시켜 달라고 간청하는 것은 곧 나라의 이익과 질서를 해치는 비열한 매국적 행위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여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외국침략자와 내통하거나 협력한 사람을 ‘한간(漢奸)’이라고 부른다. 청나라 때 지배민족인 만주인과 내통한 한인(漢人)을 일컬은 데서 비롯된 이 말은, 오늘날에는 중국인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민족의 배반자, 매국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조국을 등지고 적국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군주의 측근에서 권력을 전횡하며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신의 영달을 추구했던 간신(奸臣)보다 훨씬 더 역사적 평가가 냉엄한 부류들이다. 대표적으로 금나라와 내통하여 명장 악비를 살해한 남송의 재상 진회, 청나라의 앞잡이가 되어 명나라 멸망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오삼계가 있으며, 중일전쟁 때 일본이 점령한 상하이에 친일 괴뢰정권을 세우는 데 크게 협력한 왕징웨이(汪精衛) 등이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한간들이 있다. 당나라로 투항하여 조국인 고구려 멸망의 주역으로 활동한 연개소문의 아들 연남생, 고려 말 원나라에 협력한 대표적 권문세족 집단으로 조일신, 권겸, 노책, 기철 등이 있었고, 임진왜란 때 함경도에서 임해군과 순화군을 포박하여 왜장 가토 기요마사에게 넘긴 국경인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괄의 난 때 역모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청나라로 도망했다가 후에 병자호란이 발생했을 때 길잡이 역할을 한 한윤, 개인적인 파당의 세력을 유지하고자 효종의 북벌계획을 청나라에 밀고한 김자점 등도 그런 부류다. 황사영은 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1801년에 프랑스 함대가 조선을 공격할 것을 부탁하는 이른 바 ‘황사영 백서’를 작성했다가 발각되어 사형 당했다.
1905년 체결된 을사늑약과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을사오적과 경술국적. 특히 이완용을 대표로 하는 을사오적은 우리 역사에서 만고의 반역자요 매국노로 낙인찍혔다.
시대는 다르지만 그들이 보여준 행위의 공통점은 모두 투철한 애국주의자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길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주장의 이면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익을 달성하려는 음흉한 흉계가 숨겨져 있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그들의 삶은 모두 그들을 파트너로 골랐던 적국으로부터 철저하게 허수아비로만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지난 신년 초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8대 대선의 재검표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약 500여명의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이번 선거에서 부정의혹이 있었으니 불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서 일일이 손으로 검표하는 수개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모인 것이다. 이들 중 일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정부에 재검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자는 주장까지 제기함으로써 국가의 품격과 국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한심한 추태를 보였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을 게재했다. 우리는 지금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으로 해괴하고도 후안무치한 모습의 극치를 보고 있다. 대체 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대선에 완주하지 않고 국고보조금 27억 원만 챙긴 혐의(사기)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를 고발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호스님은 검찰에 낸 고발장을 통해 "이 전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끝까지 완주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통령 후보로서 완주할 것처럼 국가를 속여 국고보조금 27억원을 지급받았다"며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전 후보는 지난해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당시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 시험을 예고한 것과 관련하여, ‘남쪽 정부 운운'이라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부정하며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 의장국에 보내는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북송 때 구양수가 파리를 두고 지은 〈증창승부(憎蒼蠅賦)〉에 이런 말이 있다. ‘파리야, 파리야, 나는 너의 살아가는 방법을 슬퍼하노라. (중략) 네 형체는 지극히 작고 네 욕심은 채우기 쉬우니, 술잔에 남은 찌꺼기나 도마 위에 남은 비린 것 정도가 고작이라, (중략) 그런데도 고생하며 무엇을 구해도 늘 부족해서 종일토록 윙윙거리며 다니느냐. 냄새 따라 향내 따라 이르지 않는 곳이 없구나. 잠깐 사이에 모여 들곤 하니 누군가가 서로 일러주기 때문인가. 미미한 존재이긴 하나 네가 끼치는 해악은 지극히 심하도다.(중략) 너로써 참소꾼들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을 풍자하는 것은 참으로 마땅한 일이로다. 정말로 밉고 가증스럽다(蒼蠅蒼蠅 吾嗟爾之爲生 (중략) 爾形至眇 爾欲易盈 盃盂殘瀝 砧几餘腥 (중략) 苦何求而不足 乃終日營營 逐氣尋香 無處不到 頃刻而集 誰相告報 其在物也雖微 其爲害也至要 (중략) 宜乎以爾刺讒人之亂國 誠可嫉而可憎)’. 소인배가 탐욕을 부리며 사회에 두루 해악을 끼치는 모습을 파리라는 좀벌레에 비유하여 잘 묘사하고 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징조, 적국이 보낸 첩자보다 더 무서운 내부의 간신인 한간(漢奸). 자신의 영달을 위해 그럴듯한 궤변과 행동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더럽힌 역사 속 한간의 실체를 통해 나라의 흥망성쇠 과정을 다시 들여다본다.
새 정부의 출발을 앞두고 국민 모두가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느슨해진 허리띠를 다시 조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력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눈을 부릅뜨고 밖으로는 나라를 망신시키고 안으로는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를 축내며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좀벌레 무리들, 우리 시대의 한간들을 가려서 솎아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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