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노후 LPG 가스통 교체…소비자-판매자 갈등 점입가경

기사입력 2013.05.31 10:17  |  조회수 13,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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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 서민 연료인 LPG 가스통 교환 시 사용 연한이 임박한 가스통 교체를 꺼리는 지역 내 가스 판매점과 교체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간의 충돌이 잦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지도 감독해야 할 울진군은 관내에서 유통되는 LPG 가스통 숫자와 20년 이상 된 노후 가스통의 정확한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단 한건의 행정 처분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유통 관리가 총체적으로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진읍 온양리 J모(40세)씨는 “가스통을 교체하러 온 S판매점에서 ‘이 가스통은 폐기할 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교체해 줄 수가 없으니 새 통을 다시 구입하라’고 말했다. 한동안 다투다가 포기하고 B판매점에 주문했더니 그냥 바꿔주고 갔다. 참으로 황당했다. LPG 가스 소비자는 누구나 처음에는 제값을 주고 새 가스통을 구입했고, 중간 중간 교체하면서 이통 저통으로 바뀌면서 돌고 돌았다. 판매점 따라 돌고 도는 가스통에 주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폐기 연한이 다 됐다고 가스통 값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년 전에 새 가스통을 구입했어도, 그 다음 교환 때는 연한이 오래된 가스통이 아다리(?)가 될 수 있다. 세상에, 가스통도 복불복인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LPG 가스통의 관리 주체는 법적으로 판매점과 충전업체  
가정용 LPG 가스통의 사용 연한은 정부와 충전·판매업계의 뜨거운 공방 끝에, 정부가 가스 사용과 관련한 안전 관리를 위해 지난 2010년 ‘고압가스 안전 관리법’을 개정하여 LPG 용기의 재검사 기준을 마련했다.
  
기준에 따르면 LPG 용기는 생산된 지 20년 이하는 5년에 한번, 20년 이상은 2년에 한번 검사를 받아서 재검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대신, 26년 이상 된 용기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스 판매점이 소비자로부터 사용 연한이 임박한 가스통을 회수해간들 액화석유가스(LPG) 용기 재검사소에서 내압·가압 검사를 받을 수 없고,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어 이는 고스란히 판매점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LPG 가스 용기 구입과 폐기에 따른 처리 비용이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가스통 폐기 비용을 전가한다며 불만이고, 판매점은 판매점대로 정부에서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가스통 폐기와 새 가스통의 구입비용을 전부 판매점에만 부담시킨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M가스 판매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스 판매점이 규모가 영세하다. 20Kg 들이 가스 한통 팔아봐야 겨우 1만원 정도 남는데, 새 용기 가격은 6~7만원이나 한다. 만원 벌자고 사용 연한이 다 된 가스통을 회수해서 6~7만원을 그냥 손해 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소비자들도 문제가 있다. 애초에 판매점 한곳을 정해서 가스를 공급받으면 사용 연한이 경과한 용기 회수와 관련해서 말썽이 생길 일이 없다. 처음에 A판매점에 시켜서 기껏 돈과 시간을 들여 설비를 다 해놓으면, 그 다음에는 B판매점에 가스를 시킨다. 그러면 A판매점은 애초 설비비용을 그저 날리게 된다. 단골집이면 사용 연한이 임박한 가스통도 당연히 교환해준다. 그러나 계속 A, B, C 판매점을 번갈아 시키는 식당이나 가정에서 어쩌다가 D판매점에 가스 배달을 시켜서 사용 연한이 임박한 통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바꿔 줄 수가 없다. 또 다시 가스를 시켜준다는 보장이 없는데 무작정 손해를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판매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LPG 가스통의 관리 주체는 법적으로 판매점과 충전업체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 관계자는 “관련법이 제정된 지 2년이나 지난만큼 유예기간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단속은 올해 6월1일부터 시작된다. 법적으로 LPG 가스 용기 구입비용은 판매점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소비자에게 가스통 구입비용을 전가시키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이루어지면 이런 불법 행위 또한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올 6월부터 26년 이상 경과한 가스통은 사용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개정된 ‘고압가스 안전 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LPG 용기의 재검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그 보완 대책으로 노후화된 가스통의 사용 연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르면, 제조 후에 경과 연수가 26년 이상 된 용기로써 최초 3년 동안은 단계적인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제조 후 28년 이상이 지난 가스통은 2011년 5월 31일까지 사용이 가능했고, 27년 이상 지난 가스통은 2012년 5월 31일까지 폐기하지 않고 사용이 가능했다.  
올 6월부터는 26년 이상이 경과한 가스통은 전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하면서까지 LPG 가스통의 재검 기간 연장과 강제 폐기 의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를 포함한 충전업계와 가스 판매업계간에 실제 관련된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이 문제점으로 표출되고 있다.
  
법을 앞세워 충전업계와 가스 판매업계에 대한 강제 의무 조항만 신설했지, 이에 따르는 가스통 비용 분담 문제 등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중 ‘공급 설비의 설치와 관리’ 항목에서는 “가스 공급자는 가스와 용기 가스 소비자에게 액화 석유 가스를 공급하려면 공급 설비를 자기의 부담으로 설치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다만 안전 공급 계약의 체결 당시 공급 설비가 용기 가스 소비자의 소유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고, 이 경우에도 공급 설비는 가스 공급자가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액화 석유 가스 판매 사업자는 용기의 안전 관리에 관한 업무 중 일부를 계약에 따라 액화 석유 가스 충전 사업자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애매해서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법령은 도리어 LPG 가스통의 소유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다수의 판매점을 순차적으로 이용하면서 가스통이 뒤바뀌는 일뿐만 아니라, 재검사 과정과 충전소에서의 충전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가스통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가스통의 회수와 폐기 비용을 두고 판매업계와 충전업계가 상당 부분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끝내 이것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정부나 관리 감독의 직접적인 의무가 있는 울진군이 나서서 도출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일정 부분 중재나 조율을 해주어야 한다는 영세한 가스 판매점의 목소리는 그런 면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액화석유가스(LPG) 안전 공급 계약서···판매점은 안써주고, 소비자는 모르고, 울진군도 모르고
LPG 가스 판매점은 식당과 가정 등에 가스를 공급할 때 ‘액화석유가스 안전공급 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용기 가스 소비자에게 액화 석유 가스를 공급하려는 가스 공급자는 해당 용기 가스 소비자와 액화 석유 가스 안전 공급 계약서에 따른 액화석유가스 안전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그 안전 공급 계약서에 따라 액화석유가스를 공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체적판매방법으로 공급하는 경우와 중량판매방법(용기집합설비를 설치한 주택의 경우만을 말한다)으로 공급하는 경우로서 공급 설비를 가스 공급자의 부담으로 설치한 경우에는 그 가스 공급자와 용기 가스 소비자가 체결하는 최초의 안전 공급 계약서의 계약 기간은 1년(주택의 경우에는 2년) 이상으로, 공급 설비와 소비 설비 모두를 가스 공급자의 부담으로 설치한 경우에는 그 가스 공급자와 용기 가스 소비자가 체결하는 최초의 계약 기간은 2년(주택의 경우에는 3년) 이상으로 하고, 가스 공급자는 계약 만료일 15일 전까지 용기 가스 소비자에게 계약 만료를 알려야 하며, 용기 가스 소비자가 계약 만료일까지 계약의 해지를 알리지 아니하면 계약 기간이 6개월씩 연장되는 것으로 본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울진 지역 절대 다수의 가스 판매점에서는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면서 안전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울진군 담당 부서에서는 소비자인 군민과 가스 공급자인 판매점 사이에 안전 공급 계약서를 체결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울진군 담당자는 “가스 판매점은 소비자인 군민과 안전 공급 계약서 총 3부를 작성하여, 소비자, 공급자가 한부씩 보관하고 또 한부는 지도 감독 주체인 울진군 담당부서에 전달해야 한다.”는 기자의 지적에, “관련법을 찾아보니까 그렇게 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추후에 가스 판매점들에 공문을 보내서 그런 사실을 통보하고, 안전 공급 계약서를 꼭 체결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진군 담당 부서에서는 뒤늦게 관련법을 찾아내고 또 숙지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21개소에 이르는 울진군 관내의 가스 판매점들은 각종 안전 교육 등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가스 판매업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식당이나 가정에 가스를 판매할 때 안전 공급 계약서를 체결해야 하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하면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소비자가 특정 가스 판매점과 주택의 경우 최소 2년을 사용하겠다는 계약을 해야 하는데, 2년은 고사하고 한 두 달 만에 판매점을 바꾸어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최초 설비를 시공한 후 가스를 공급하고 나서 소비자가 2년이 되지 않았는데 판매점을 바꾸었다고 한들, 선후배나 친구로 엮어 있는데 무작정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안면이 앞서는 좁은 지역에서 현실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안전 공급 계약서를 체결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판매점에서 당초 안전 공급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으면 또한 관련법에 저촉되어 단속 대상이 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울진군, 지역 유통·폐기 예정 LPG 가스통 숫자조차 파악 못해
각종 통계에 따르면 오는 2019년까지 사용 연한이 지나서 폐기되는 LPG 가스통은 전국적으로 약 700만개로 추정되고 있다.
  
당장 오는 6월이 다가오면 폐기돼야 할 LPG 가스통만 전국적으로 150만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울진 지역에서도 상당한 수의 LPG 가스통이 폐기 처분을 앞두고 있을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액화석유가스(LPG)의 유통, 관리를 지도 감독해야 할 울진군은 지역에 보급되어 있는 LPG 가스통의 총 숫자와 연차적으로 폐기돼야 할 가스통의 숫자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LPG 가스를 사용하는 식당과 가정이 대부분인 울진군에서 LPG 가스통의 보급과 유통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는 울진군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은 새삼스럽다.
  
LPG 가스의 수요 문제, LPG 가스 용기의 회전율 문제, LPG 가스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겨울철의 LPG 가스 수요 문제, 노후 가스통 폐기의 비용 주체 정립 문제, 당초 새 가스통을 구입했다가 뒤늦게 불이익을 당하는 소비자를 위한 용기 추적 관리 시스템 확보 문제, 폐기되는 가스통으로 인한 가스통 부족 문제, 유통 단계의 혁신을 통한 가스비 현실화 문제,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인 가스 판매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저리 융자 방안 마련 문제 등등.

중앙 정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울진군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 노력은 현재로서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파고들수록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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