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

기사입력 2006.08.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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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건소장 승진 1순위였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승진심사에서 탈락했다.

 

10년 동안이나 한 곳에서 재직해왔기 때문에 보건소 안에서는 경쟁자 없이 유일하게 소장 승진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도 시(市)는 외부 사람을 보건소장에 임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장은 `시민을 찾아다녀야 하고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업무라서 장애인은 적임자가 아니다' 라고 해명했다. 알고 보니 그는 원래 선천적인 장애자도 아니었다. 의과대학에 다닐 때 뇌출혈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는데도 학업을 계속해 의사가 된 사람이었다. 그는 마침내 `장애인을 보통사람과 다름없는 인격체로 보지 않는 시각이 야속할 따름' 이라며 사표를 내고 말았다.내고 말았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충북 제천보건소 보건의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가 사표를 내면서 던진 한마디에는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느껴야 하는 비애와 절망이 담겨 있다. 선진국에서 장애인은 보통사람과 다름없는 이웃이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서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선진국 국민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가운데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성 장애인은 89%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누구든지 뜻하지 않은 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장애인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의식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고 선진국형 복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태풍에 목숨을 잃은 가족도 있고 재산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천재지변 앞에 그저 갈대처럼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쉴 여유조차 없는 것은 단지 그 정도의 아픔만은 아니다.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마을 사람 수 십 명의 목숨을 구하고 말없이 사라진 의로운 산악인들이 있었는가 하면, 수해를 당한 현장에서 겨우 건저 낸 가전제품을 훔쳐가는 사람이 있었고, 수재민을 위로 방문한답시고 와서는 골프치고 노래방에서 음주가무를 즐긴 정치인들까지 그 행태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우리가 주시하는 것은 몸이 불편한 육체적인 장애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병들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정신적인 장애인이 뜻밖에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따뜻한 가슴으로 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우울한 소식이 전해져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성금을 모금하는 자리에 가보니 고사리 손길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따스한 가슴이 있다.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준비되어 있고 그 속에는 자비와 사랑이 녹아 있다. 그래서 한 번 가까이해 보면 금방 감동을 받게 된다.
남을 위한 봉사정신에는 내가 없다. 먼저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역시 각자 자기가 없고 소외된 친구들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성자(聖者)요 고맙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그나마 아직은 이만큼이나마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장마는 더 계속된다고 한다. 수해를 당한 우리 이웃들로서는 한 가지 걱정이 더 늘어났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날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살맛나는 훈훈한 소식들이 들려오곤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장원섭(강남대학교 외래교수)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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