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정해우(庖丁解牛)

기사입력 2006.09.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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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잡는데 신기(神技)에 가까운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이 방면에 도통했다고 소문난 이로 제(齊)나라의 백정 도우토(屠牛吐)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아홉 마리의 소를 잡아도 칼이 전혀 무디어지지 않아서 여전히 소의 털을 자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포정(庖丁)이라는 사람은 그 보다 한 수 위였다.

 

무려 19년 동안이나 칼을 갈지 않아도 여전히 그가 사용하는 칼의 날은 전혀 무디어지지 않았다고 하니 가히 신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래 포정은 문혜군(文惠君)의 주방장이었다. 소를 잡는 데 도통하여 소 한 마리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뿐만 아니라 어찌나 능수능란했던지 손을 놀리는 품새나 어깨 위에 둘러매는 동작, 발을 내디디고 무릎으로 밀어치는 자세, 살점을 쪼개는 소리, 칼로 두들기는 소리가 마치 뽕나무 숲에서 춤을 추듯 음악에 맞고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감탄한 문혜군이 말했다.
“정말 훌륭하도다! 어찌 사람의 품새라 하겠는가.” 그러자 포정이 말했다.
“소인은 항상 도(道)를 터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도는 단순한 기술보다 상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았을 때는 소 전체가 눈앞에 보였습니다. 3년 정도 지나고 나니 비로소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봅니다. 즉, 육감의 지배를 받기보다는 오직 마음으로 일을 하지요. 그래서 소의 신체구조를 따라 뼈마디와 마디 사이로 칼날을 놀립니다.
자연히 살점과 심줄은 건드리지도 않고 큰 뼈를 다치지도 않지요.”

 

그는 사용하는 식칼을 바꾸는 횟수에 따라 기술자를 세 부류로 나누었다. 숙달된 고수는 식칼을 1년에 하나씩 바꾸고 보통 기술자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 고수는 고기를 베고 보통 기술자는 고기를 썰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정 자신은 이 식칼을 19년 동안이나 사용했으며 지금까지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단 한 번도 칼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그 비결은 뼈마디에 있는 틈새로 얇디얇은 식칼의 날을 밀어 넣는 데 있다고 했다.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칼의 칼날은 언제나 숫돌에서 갓 갈아낸 것처럼 예리했다고 한다. 오늘날 포정은 요리사의 대명사로 널리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고 포정해우(庖丁解牛)의 고사(故事)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도리가 훤히 트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된다고 한다.
솔거(率去)가 황룡사의 벽에 소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소나무에 앉으려다 벽에 부딪쳐 죽었다는 일화나, 천리마를 볼 줄 알았던 백락(伯樂)같은 이들이 모두 그런 경지에 든 사람들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똑같은 뉴스도 이제는 식상하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볼썽사나운 모습들이다.
매일 새롭게 터지는 비리와 이를 두고 치열하게 말싸움만 풍성한 정치권이나, 이른 바 서로 참교육을 추구한다는 사람들끼리 외나무다리에서 마치 곡예 하듯 험악하게 치고받는 교육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나라경제 쯤이야 어찌되었건 관심 없이 명분 없는 투쟁으로 양보를 강요하는 귀족노동운동계,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가장 썩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며 고개를 숙이는 법조계 등, 지금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부실이요 중환자의 괴로운 몸부림의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일을 그저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우리 서민들에게는 요즘 같은 하루하루가 더 없는 고통이요, 고문의 나날이다.
이럴 때, 한꺼번에 이런 문제를 쾌도난마처럼 해결해 낼 수 있는 이 분야에 도통한 사람은 없을까? 마치 포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소 한 마리를 해치우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힘없는 서민들의 맺힌 응어리와 시린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반가운 소식이라도 들려왔으면 좋겠다. 솔거나 백락, 포정과 같은 이들이 점점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장원섭(강남대학교 외래교수)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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