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목표는 학령기에는 학교에서,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에서 다양한 교육과 복지서비스를 받아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것입니다.
정신지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변화는 최근 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군과 말아톤 배형진군의 이야기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최근 불붙은 장애인부모운동은 우리에게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인 우리가 걸어 다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지체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이동권과 편의시설은 너무나 열악하고 요구하더라도 제도나 예산에 의해 늘 거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인이 살아갈 때, 부모가 돌보는데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여 올해 6월 울진군 장애인 부모회가 창립되었습니다.
첫걸음을 내딛으며 그동안의 경험과 소감, 앞으로의 제안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부모회의 창립을 준비 하던 중 당시 사회복지과 계장님으로부터 ‘도와줄게 없냐?’라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무런 홍보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하시고 간담회 내용이나 장애인에 대한 개선·문제점을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업무를 찾아서 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전체 공무원들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 한통의 전화는 큰 힘이 되었고 장애인부모회는 순조롭게 창립되었습니다. 이 후 사회복지과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참 고맙습니다.
또한 간담회가 열리는 장소까지 찾아오셔서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며 취재하신 월간울진 기자님, 창립준비로 바쁠 때 엄마도 돌보기 힘든 산만한 우리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 주신 자원봉사자님, 한 분 한 분 이름을 적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편 부모회가 결성되기 전부터 울진원자력본부에서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누워서 뒹구는 중증장애학생이 있어 교실에서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교실바닥에 보일러 시설과 세면대를 설치하여 아이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최고의 시설을 갖춘 교실이 되었고, 근육병으로 투병중인 학생집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편하게 수리하여 큰 도움이 되어주셨습니다.
9월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정동진 나들이를 계획하여 부모와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고“아름다운 만남, 행복한 운동회”라는 슬로건으로 지역 내 특수반 아이들의 11월 체육대회도 적극 후원하여 주셨습니다. 늦었지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울진군의 학령기 장애학생에 대한 열악한 교육현실(조기치료실이 없고, 치료교사 없음)을 인지하여 적극적으로 개선의지를 밝히시고 부모회의 여러 요구에 선뜻 응하신 최익구 교육장님께도 깊은 감사드리며, 울진중학교에 특수반 설치를 희망했을 때 전폭적으로 수용해주신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감동되었습니다.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가장 효과적인 장애인식 개선을 가져오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저희를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군민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더 발전적인 장애인식 변화를 위해 몇 가지 제안 합니다.
첫째, 군민여러분의 장애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권유합니다. 직접 몸으로 장애를 경험하면 장애인으로서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느끼고 그것은 그들에 대한 배려로 이어질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에겐 인지되지 못하는 인도의 턱이 휠체어는 큰 벽이 되고, 뇌기능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바보’라고 불렀던 내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질 것입니다. 내년 부모회에서 장애인식개선 사업으로 체험교실을 운영합니다. 참여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장애인의 행사에 도우미나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될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인 우리가 그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면서 깊은 애정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단순 자원봉사의 의미를 넘어서 어떤 이에게는 삶의 기쁨이 될 수도 있고, 봉사를 받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의식과 무기력을 극복하는 도움의 손길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도 실의에 빠져 있었을 때 사랑이 넘치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사랑을 전하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지속적이고 관심 있는 봉사활동은 울진군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편의시설 확충을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누가 이용을 하더라도 불편 없는 시설을 만드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연히 누려야 할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공부가 하고 싶어도, 운동을 하려해도,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없고, 동네병원에 가는 것조차 계단이 가로막고, 사람들의 시선이 괴롭혔던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건물을 짓거나 확충 할 때는 우선 편의시설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장애단체들이 함께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넷째, 교육과 관련해서 청소년 문화행사나 자원봉사에 장애학생을 일정 비율 참여 시킨다던지, 자원봉사와 나눔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입니다.“장애학생이 어떻게 할 수 있어? 한명 움직이는데 많은 봉사자가 필요해... 진행에 어려움이 있으니까”등... 여러 가지 핑계로 통합교육에서 제외시킨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지역에서 장애인이 설 곳은 더 없겠지요. 조금만 늦게 가고,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부모회원은 자녀를 데리고 활동하기에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을 딛고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조직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이것은 저희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많은 군민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역 내에서 가장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게 여러분의 관심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희망합니다. 겨우 6개월 남짓이었지만, 장애인 부모회는 많이 배웠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도움으로 저희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12월 되시고 내년에는 건강과 더 깊은 감사와 감동이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