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며......

기사입력 2006.12.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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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슬로건을 모토로 한 울진 아버지학교가 2006년 10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5주간의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개설된 아버지학교에 약 50여명의 아버지들이 등록을 하였다. 아버지학교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고 인식을 하여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시키자는 운동으로 1995년 서울 두란노 서원에서 처음 개설된 이래, 지금은 국내 92개 지역, 해외 98개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아버지학교가 진행되고 있다.

군부대, 교도소, 학원, 구청 등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약 7만2천여 명의 아버지들이 수료를 하였다.
 
울진2기 아버지학교에 등록을 하여 5주간의 과정을 거쳐 수료하면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주차는‘아버지의 영향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들로서의 내가 아버지와 맺었던 관계, 아버지가 나에게 뿌린 씨앗으로 인해 내가 맺은 열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자녀들에게 뿌리고 있는 씨앗이 무엇인지, 그 인과관계를 정립하여 내가 지금쯤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매주 많은 양의 숙제를 해야 하는데 1주차에는 아버지에게 편지쓰기, 자녀에게 편지쓰기, 축복기도 하기의 과제가 주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아버지가 처음, 혹은 먼 과거에 가족들에게 편지를 한 두 번 써 봤고, 가족을 위한 축복의 말 보다는 상처 주는 말들을 많이 하여 자녀들의 성장에 아버지의 영향력이 오히려 역기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주차에는 가정을 세우고 가장의 위치를 감당하기 위한‘아버지의 남성상'이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다. 남성상실의 주된 원인을 체면, 일, 음주, 섹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잘못된 남성문화에 있다고 보고 그 속에 내가 얼마나 속해 있는가를 돌이켜보았다.

그 과정들을 통해 내가 가정과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일들이 무엇이며 아버지로서의 성결, 지도력, 사랑의 회복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프로그램대로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볼 수 있었다. 3주차에는 자녀들에게 삶의 원천과 지표가 되는‘아버지의 사명감'에 대해 강의를 듣고 함께 얘기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록을 한 많은 아버지들이 후회하고 반성을 한 시간 이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자부심을 줄만큼 지표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버지학교에 신청을 할 때 대부분은 나처럼 30대의 젊은 아버지들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은 한참을 빗나갔다. 6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했는데 40~50대가 가장 많았고 30대는 몇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자녀들을 어느 정도 키운 아버지들이 대부분이라서 더더욱 지나온 날들에 대해서 많은 후회가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자녀들이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가족과 데이트하기 등 그 동안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던 가족에게 다양한 방법의 접근을 시도하여 관계를 회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5주차에는 부부동반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프로그램 중에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세족식’이 있었다. 결혼한 지 8년째 들어 처음으로 아내의 발을 씻겨봤는데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경건함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마음에 응어리졌을 아내의 많은 아픈 상처들이 씻겨 졌으면 하는 남편들의 마음이 한결같았기 때문이리라!
 
아버지학교가 개설된 5주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말이 있었다. 교재중에 있는 한 부분인데 뉴욕 형사재판소 판사를 지낸 사무엘 리보이츠는 청소년 범죄를 위한 해결책으로 "아버지를 가장(家長)의 위치에 돌려놓아야 한다”라는 말과, 교도소 사역 전문가인 빌 그래이스의 "전 여러 해 동안 교도소 수감자들과 지내오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이다.
 
단풍이 전국의 산에서 형형색색으로 제 빛을 발할 때 주말을 포기하고 아버지학교에 참석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30대의 중반을 넘기는 가장의 자리가 입시시험을 치루고 진학을 결정해야하는 학창시절만큼이나 중요한 시기임을 알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즐거움이 있었다. 5주간 아버지학교에 출석하여 환갑을 앞둔 아버지들의 진지함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지고 또한 젊은 아버지로서 반성을 하였다.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급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이 아버지들이 가장의 위치를 벗어나서 방향을 잃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많은 젊은 아버지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생활을 변화시켜 나간다면 각자의 가정에서, 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찾을 것이고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결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버지들이여, 자녀들이 미워하는 아버지가 되지 맙시다!^^

[전병렬(35세, 울진읍 읍내리)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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