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정성의 결실, 추곡수매 현장 속으로
기사입력 2006.12.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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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농부들의 얼굴에 모처럼만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일 년 동안 온갖 정성과 땀으로 길렀던 벼들을 출가(?)시키는 수매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당신들께서 쉽게 만질 수 없었던 목돈이 그간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위안(慰安)합니다. 기분에 겨워 막걸리도 한잔 기울이며 한해의 농사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아무개집 나락이 기가 막히게 잘됐다”고 다음해의 농사를 걱정합니다. 한편으론 심사관의 검사를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다 1등급을 확정 받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나 이제는 추곡수매도 예전처럼 농부들이 희망하는 전량(全量) 수매를 하지는 못합니다. 이제는‘공공비축미’라는 명목으로 수매가 이뤄집니다. 또 우리 군은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 벼를 날짜를 따로 정해 관행농법의 일반 산물벼와 구분해서 수매를 합니다.
수매가 한창인 울진농협 죽변지점 죽변경제사업소에 11월 8일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공터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나락들이 벌써 자리를 잡았습니다. 죽변경제사업소 직원은“수매가 있는 날이면 그 전날부터 동네 어른들이 나락들을 쌓아둔다”고 설명합니다. 이날은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 벼에 대한 수매가 진행됐습니다.
심사관이 능숙하고 신속하게 포대 하나하나에 대해 검사를 실시합니다. 2천가마가 넘지만 검사는 2시간이 채 못돼 마무리 됩니다.
품종과 수분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납니다. 수분(16% 이하)이 맞지 않아 가끔 불량이라고 지적되는 나락은 다시 말려 와야 됩니다. 검사가 끝난 벼는 지게차로 운반, 본격적으로 적재작업이 시작됩니다.

콘베어벨트 위로 벼가마를 올리는 작업은 아주머니들의 몫입니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4명이 번갈아가며 교대로 작업을 합니다.“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묻자,“몸이 피곤해도 어찌요. 벌어야지”라는 말이 어깨위로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콘베어벨트를 타고 올라간 가마들은 전문적으로 쌓는 아저씨들의 손에 의해 가로, 세로 자리를 잡아 갑니다. 이 작업이 단순한 것 같지만 한가마라도 빠지면 계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한 줄 한 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0년 가까이 한팀으로 손발을 맞춰온 일이라 척척 맞아 떨어집니다. 6명이 번갈아 가며 메지만 한 사람당 평균 350가마(가마당 40kg) 이상은 날라야 하니, 단순히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칼칼해진 목을 걸쭉한 막걸리 한잔으로 씻어냅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면서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잔속에 마음과 정성이 녹아있는 듯, 때로는 말없이 서로를 격려합니다.
그 옛날 만석꾼의 마음이 이럴까요? 창고에 가득 쌓인 가마들을 볼 때면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합니다.
지면을 빌어 촬영에 협조해 주신 죽변경제사업소 직원과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김석칠기자(ksch01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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