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1월 1일부터 대게잡이가 시작되었지만 울진군 어민들은 자율적으로 11월 한 달 간 금어기를 설정했다. 11월에 잡히는 대게가 아직 여물지 않아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한 달간의 자율금어기이지만 대게 어자원 보호에도 좋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항구에서는 곧 시작될 대게발이(12월 1일 투망 예정)를 위해 어민들이 그물과 각종 어구들을 손질하느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하다.
이번 호의 주인공인 덕성호 선장 박강호(죽변면, 38세)씨를 만나기 위해 약속시간인 11월 18일 오후 2시 죽변항을 찾았다.
마침 이날(매월 3번째 주 토요일)은 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휴일(?)인 셈이다. 그러나 농민들이나 어민들은 쉬는 날이 따로 없는 듯하다.
조업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매일 배의 엔진 등 기계점검은 필수사항. 박선장도 이리저리 자리와 자세를 바꿔가며 꼼꼼히 기계점검에 열중이다. 오징어 조업을 위해 새로 앉혀 놓은 엔진의 시운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50여개의 집어등(개당 1500w)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엄청나다. 5미터 이상을 떨어져 있는데도 등(燈)의 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집어등의 밝기에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이 넘게 시운전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들었다.
틈틈이 아버지 일을 도우며 자연스레 어부의 길로 들어서......
죽변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죽변에서 마치고 포항 1대학 양식과(현 수산개발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하고 4년 넘게 구룡포 양식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전공을 살린 셈이지요(웃음). 아버지(박부돌, 61세)가 배를 가지고 있었어요. 직접 조업을 하셨는데, 저도 틈틈이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바다일과 배일을 몸에 익히게 되었지요. 지금은 저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 3명이 덕성호(9.77톤)의 한 식구입니다. 아버지 일을 거들 때는 배가 지금보다 작은 약 5톤 정도였는데, 지난 2002년 어민후계자로 선정되면서 현재의 배로 바꾸게 되었어요.
아버지께서도 제가 배를 타는 것에 대해 반대 없이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많은 노하우들을 얻었고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 멀미로 고생을 하지만, 처음 배를 탔을 때도 멀미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배타는 일이 몸에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식도 적조가 생길 때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육지에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상대적으로 바다일은 바람과 파도, 추위 더위와 함께 어울려 일을 해야 됩니다. 힘든 것으로 치면 배타는 것이 훨씬 고되지요. 그렇지만 고생한 만큼 수확을 올리면 보람도 있고요. 배를 타는 것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제는 제법 뱃사람 티가 나는 것 같고요.

오징어는 밤새 800상자 넘게 잡아보기도, 일 년 농사는 대게발이로 결정돼......
대게와 오징어가 조업의 주된 대상어종이지만, 대게를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잡는 시기는 오징어가 8월부터 12월까지이고, 대게가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예요. 예년 같으면 지금쯤 울릉도에서 한창 오징어 조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올해는 영 재미가 없습니다. 바다가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요.
오징어 조업을 위해서는 주로 오후에 출항해 밤새 작업을 하고 그 다음날 새벽에 들어와 위판을 합니다. 많이 날 때는 몸이 피곤한지도 잘 몰라요. 작업하고, 위판하고, 잠깐 눈을 부치고 나서 다시 기계 점검하고 출항을 해야지요.
오징어를 최고 많이 잡았을 때가 하루밤새 800상자(약 1천3백만원어치) 넘게 잡은 적도 있어요. 오징어는 조산기라는 기계로 잡아요. 사람이 잡아도 되지만, 오징어가 한창일 때 매일 밤새 잡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조산기의 조작에 따라 수확량이 많은 차이가 납니다. 결국은 조산기를 조작하는 기술이 중요하죠. 오징어 작업을 하는 경우 매 작업 때마다 평균 4~5드럼(800~1,000리터)의 기름이 소요됩니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웬만큼 하지 않고서는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가끔 고래도 한 마리씩 그물에 걸리거든요. 고래의 최고 위판가는 2천8백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한편 작년 이맘 때 쯤에 오징어 조업을 하다가 기관실의 전선에 불이 붙은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재빠르게 소화기로 진화해서 별 피해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차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잡는 어종은 대게입니다. 대게발이가 제게는 1년 농사나 다름없거든요. 대게는 어탐기로 찾을 수가 없어요. 지형을 보고 판단을 해서 양망을 해야 됩니다. 지금까지는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됩니다. 같은 크기의 대게도 속이 여문 정도에 따라 입찰가가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저는 되도록 깊은 바다의 대게를 잡습니다. 그래야 속이 더 꽉 찼거든요. 경매가가 높이 책정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군 전체를 통해 어느 누구 못지않게 양질의 대게를 잡는다고 자신합니다.
몸이 피곤한 것은 일상이고, 고기가 나지 않으면 정신·육체적으로 더욱 힘들어......
배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 잠에서 깨어, 3시가 되면 출항을 준비해야 합니다. 처음 배를 탈 때는 잠 때문에 애도 많이 먹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잠 한숨도 못자고 일을 하러 갔다 온 기억도 몇 번 됩니다(웃음). 이제는 생활 방식이 배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끌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그 만큼 무겁고요.
보람이라고 해야 되나요. 열심히 작업해서 부모님들과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지낼 수 있으니 제 직업에 대해 만족합니다. 사람들이 배 타는 것이 정말로 힘들고 위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배를 타시는 모든 분들이 바다가 더 편안하다는 제 생각에 동의할 겁니다. 힘은 많이 들죠. 특히 겨울철의 추위는 말도 못하죠. 배에서는 딱히 추위를 피할 곳이 한정되잖아요. 뭍에서야 추우면 불을 피워도 되지만 배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한겨울의 칼바람과 파도에 얼굴을 맞으면 살갗이 감각이 없어요, 몸이 저릿저릿 합니다.
그런데 대게가 한겨울에 잡히니까 어쩌겠어요? 많이 잡으면 힘이 저절로 나서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지만, 어획량이 좋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배(倍)로 춥고 더 힘든 것이 인지상정이잖아요. 대게 작업을 위해 면장갑 2켤레를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덧끼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손이 감각이 없어지거든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광경에 가끔 넋을 놓기도......
한편으론 육지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광경도 목격합니다. 용오름이라고 합니까? 바닷물이 하늘과 기둥처럼 이어져 있는 광경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했잖아요. 카메라가 없는 것이 아쉽더군요.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런데)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설명일 겁니다.
또 올해 초에는 왕돌초 부근에서 밍크고래 떼가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로 장관이더군요. 대공원에서 하는 돌고래 쇼(show)하고는 차원이 다르죠. 그러나 한편으론 바다의 돌고래 떼는 문제입니다. 기껏 집어등으로 오징어를 모아 작업에 열중하다가도, 곱새기(돌고래 새끼)가 한 마리라도 나타나면 오징어 떼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이때는 정말로 (돌고래가)원망스럽죠. 법으로 금지돼 잡을 수도 없거든요.
대게 잡이를 두고 홍게통발어선과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됐으면......
지금 홍게통발어선과 대게발이를 두고 갈등이 있습니다. 홍게 어장의 3분의 2 정도가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일본지역으로 편입됐습니다. 생계가 걸린 일이다보니 홍게통발어선의 작업구간이 연안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이렇다보니 대게발이 어선과 마찰이 생기게 됐습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면 좋겠는데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습니다.
대게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협의가 잘됐으면 좋겠는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측의 그물이 서로 엇갈려 버리면 어구손실은 명약관화한 사실이거든요. 잘라버리면 양쪽 모두 피해만 볼 뿐이고, 지난 몇 년 동안 폐그물 인양사업과 어구실명제 등 어자원 보호를 위해 노력한 수고가 헛되지 않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일년 기름 값만 3천만원 가까이 소비해......
한편 월성원전 쪽에서는 경주시 관할 어선에 대해 면세유의 50%를 지원해주는 방침이 시의회를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군도 선주협회를 구성해 이와 같은 시도를 위해 준비작업 중에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1년에 기름 값만 2천5백만원에서 3천만원정도 소비됩니다. 면세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때로는 출항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어민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내 전체 어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군과 의회, 선주협회와 수협, 울진원전 등 관계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돼야 합니다.
그리고 온·배수 피해보상과 관련해 군이 좀 더 어업인들을 배려해주는 정책으로 실행해주면 좋지요. 지금은 연안어업허가로 되어 있지만, 보다 마음 편하게 어업에 전념하기 위해서 여건이 되면 근해어업허가로 갱신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0톤 이상의 배로 교체도 해야 되고요. 그리고 지금 아내(김경희)가‘후계자 울진대게센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잡은 순수 국내산만 판매한다고 자신합니다. 울진대게의 참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 그곳에서 치열하게 역동적인 삶을 엮어가는 어부들이 있기에 우리들은 편안히 해산물의 진미(珍味)를 맛볼 수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이다. 누군가의 베풂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