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그리 따지나! 대충 넘어가고 밥이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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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경북대학교 방사선과학연구소에서 주최하고 울진원자력본부에서 주관하는‘울진원전 주변 환경 방사능 조사 설명회’에 참석할 때마다 맞닥뜨리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미처 설명회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준비되는 식사, 그리고 한 끼 밥을 위해 우르르 몰려드는 지역 주민들, 밥 먹고 나면 때맞춰 준비되는 선물 보따리를 자랑스러운 듯 하나씩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그것이다.
12월 5일 실시된 설명회는 오전 11시부터 11시 20분까지 지루하게 방사선 조사를 수행한 연구원들과 주요 인사들의 소개가 이어지고 난 다음 연구 책임자인 강희동교수는 방사능 조사의 개요부터 결과까지 설명했다.
질문 한번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설명이 이루어지는데 걸린 시간은 50여분.
설명회가 시작된 지 채 2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군데군데 요령껏 고개를 숙이고 자는 모습, 연신 하품을 해대는 모습,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참다못해 밖으로 나가버리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12시 10분경이 되자 강희동교수는 설명을 끝마쳤고, 옆 식당에 식사자리가 마련됐으니 식사를 꼭 하고 가라는 안내 멘트가 어디선가 들렸다.
기다렸다는 듯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주민들마저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갔고, 질문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은“밥이라도 먹어가면서 마저 얘기합시다”고 말하는 강희동교수와 실랑이를 벌였다.
한 주민은“어떻게 설명회가 끝난 다음 질문 하나 받지 않고 밥 먹으러 가자는 식으로 몰고 가느냐? 우리가 여기 밥 먹으러 왔나? 왜 해마다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질문으로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밥 먹으러 가면서 궁시렁대는 몇 명 노인들의 몇 마디는 수년간 울진원전에서 실시해온 방사능 조사 설명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무얼 그리 따지나... 대충 넘어가고 밥이나 먹지...”
울진원전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설명회는 수년 동안 일률적인 행태를 되풀이해왔다.
시간대를 점심시간 1시간 전쯤에 배정하고, 울진원자력본부로부터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의 명단을 건네받은 경북대 방사선 조사 연구소는 초청장을 발송하고, 울진원자력본부는 버스 편을 준비하여 초청된 사람들을 북면에서부터 실어 나르고, 주민들의 질문은 항상 밥 먹으면서 하자고 말하고, 밥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선물 하나씩 건네받고...
이 설명회를 주관하는 울진원자력본부는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
초청 대상 주민들을 연령대별로 고루 배정하고, 설명회 장소도 청소년수련관 등의 넓은 장소를 택하여 관심 있는 주민들이 보다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한 서너 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여 질문과 답변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밥 먹여 주는 일도 선물을 나눠주는 일도 하지 말고, 초청 인사들을 위해 버스 편을 준비하는 일은 더 더욱 없어져야 한다.
원자력발전소가 전국적인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방사능의 성격이 그러하건만, 항상‘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울진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조사 설명회를 그렇게도 무성의하게 소홀히 넘겨서야 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