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개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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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부쩍 버려진 개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늦은 저녁 음식물 쓰레기도 버릴 겸 바람 쐬러 바깥엘 나가면 아파트 입구에 마련된 음식물 쓰레기통 근처에는 먹을 것을 구하려 애쓰는 개나 고양이들로 가득하다.
요즘은 이런 시골에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으니 주인 없는 그놈들이 무슨 재간으로 끼니를 이을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오지랖 넓은 주변머리는 공연히 애처롭게 보이는 그들의 흉한 몰골에 눈이 간다. 그리고는 누군지도 모를 그들의 주인이었던 사람에게 상한 마음이 날아가 꽂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들을 있는 대로 끌고 내 집안으로 들여갈 수도 없는 처지이고 보니 고작 내가 하는 짓이라곤 생선뼈들을 따로 모으거나 사시사철 우려 두고 먹는 멸치국물에서 건져 낸 퉁퉁 불은 멸치들을 한밤에 가지고 나가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다가 조붓이 두고 오는 것뿐이다.
어릴적 우리 동네에선 기르던 개가 병이 들거나 다치면 식구처럼 수발을 들며 치료를 해주거나 여의치 못해 죽기라도 하면 고슬고슬한 흙이라도 덮어 양지바른 곳에다가 묻어주기도 했던 기억들이 난다. 누렁이, 삽사리, 백구 그런 촌스러운 이름을 가졌던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한밤 내 주인의 집을 지켜줄 줄 알았고 혹여 식구중의 누군가가 집을 나서면 돌아올 때 까지 울타리 아래 서서 기다릴 줄도 알던 그들이었기에 집집마다의 든든한 식구인 채로 함께 사는 것이 너 나없는 그때의 개 키우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애완견들은 지나칠 정도로 호사스러운 듯 보인다. 그도 부자 주인을 만난 탓이니 그야말로‘개 팔자 상팔자’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야속한 주인에게 느닷없이 버려진 채로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굶어 죽거나 조심성 없는 자동차에 치여 피투성이로 쓰레기통에 던져지기도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들개처럼 거칠게 자라는 개들의 소식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아프다. 이곳에서도 동네마다 주인 없는 개들 때문에 아이들을 마음 놓고 밖에 내보낼 수 없다는 원성이 있는가하면, 사납기가 늑대 버금가는 개는 또 종종 사람을 물어 사람들한테 미움을 받으니 이제는 개와 사람들의 관계가 점점 강퍅해지고 있지는 않나 싶어 걱정이 된다.
애완견에게 온갖 사치스러움을 선사하며 그런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렇게 키우다가도 싫증이 나거나 늙어지고 병이 들면 미련 없이 바깥으로 내몰아버리는 사람들이 많기도 한 세상이니, 어찌 보면 오래 전 집 밖에서 풍설에 몸을 뉘고 한데 잠을 잤을 망정 명이 다하여 죽을 때까지 주인에게 버려질 염려가 없던 시절을 그들도 혹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지 모를 일이다.
문득 사람이나 개나 늙고 병들어 버려지는 신세가 될 때를 생각해본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가끔씩 그러한 뉴스와 맞닥뜨리고 절망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던가.
하긴 젊었을 때에야 훗날 누군가의 신세를 지리란 생각을 누가 할 것이며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않을 테지만,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보면 늙고 병든 다음의 자신을 스스로 간추린다는 것은 정말로 가장 어려운 일일 듯 싶어서 겁이 나기도 한다.
겨우 1달러를 가지고 온 가족의 세끼니 식사를 마련한다는 지구촌 어딘가의 뉴스 끝에 풍요로 넘치는 화려한 방송광고를 본다. 버려진 노인들 얘기와 추운 거리의 노숙자 모습이 일렁이는 방송 화면이 끝나자마자 잘 꾸며진 아파트 광고가 나오고 멋진 애완견을 품에 안은 여배우의 근사한 모습이 다시 화면을 채운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의 주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절망 만을 얘기할 것인가.
인간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우리도 집을 떠나 무작정 배회할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다함께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오늘처럼 내일도 여전히 지구가 돌아가듯이 인간의 삶도 계속 될 것이고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가 해야 할 몫은 저마다에게 골고루 나누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주어진 삶을 살뜰하게 사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세상과 화음하며 아름답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세상을 잘 살아가는 일이란 것이 그다지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는 자만에 젖을 때가 많다. 쓰레기통 뒤 곁에 놓아두는 얼마간의 멸치 조각들과 생선뼈들이 몇 명의 개들에게 당장의 허기를 면하게 해 줄 거라 믿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