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先手)를 빼앗긴 향토자산 '수로부인(水路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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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부터 지역의 향토 사가들로부터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수로부인(水路夫人)」 설화에서 ‘헌화가(獻花歌)’의 지리적 배경이 울진일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울진군 담당자들의 무관심과 무지로 인해 이미 지난해에 인근 삼척시에‘수로부인 공원’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삼국유사』권2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해가[(海歌) 또는 해가사(海歌詞)]’와 함께 실려 전하는 ‘헌화가’는 신라 성덕왕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江陵太守)로 부임하러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쉬고 있을 때, 수로부인이 천길 벼랑위의 바위에 핀 아름다운 꽃(철쭉꽃)을 보고 크게 감탄하여 누가 그 꽃을 자기에게 꺾어다 줄 이가 없느냐고 묻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데 소를 몰고 지나가던 어떤 노인이 나서서 그 꽃을 꺾어 바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紫布岩乎邊寸希/執音乎手母牛放敎遣/吾?不喩??伊賜等/花?折叱可獻乎理音如(붉은 바위 가에/잡고 있는 암소 놓으라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라는 내용의‘헌화가’는 신라인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뛰어난 미의식(美意識)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서정시로써 높게 평가받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헌화가가 탄생한 지역의 지리적인 관계를 제대로 고증하고 유추하여 문화·관광자원 등으로 개발할 시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삼척시 2006년‘수로부인 공원’개장 관광객 발길 이어져

이런 점을 인식한 삼척시는 수년전부터 ‘수로부인’설화에 대한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는 한편, 학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까지 ‘수로부인’과 삼척시의 지리적 연관관계 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체계적으로 마련했고, 2006년 추암해수욕장과 촛대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증산해수욕장 일대 1,400㎡에‘수로부인 공원’을 조성하여 개장했다.
삼척시의 ‘수로부인 공원’은 기본적으로 ‘해가(海歌)’의 설화를 토대로 복원됐고, 문헌상으로는 정확한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은 ‘해가’의 지리적 장소를 삼척 해수욕장의 북쪽 ‘와우산’으로 비정하여 조성됐다.
▲수로부인 공원의 `임해정'
현재 이곳에는 임해정(臨海亭)과 해가사(海歌詞)터, 드래곤볼 등의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고, 전국적으로 일출이 가장 멋있다는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인 잇점이 시너지효과를 유발하면서 연일 전국의 사진 동호인 등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4월 ‘수로부인 공원’에 추가로 설치된 드래곤볼(Dragon Ball-사랑의 여의주)은 직경 1.3m, 높이 1.67m, 무게 5톤에 이르며, 중국 사천성에서 오석을 수입해 들어와서 국내의 석공예 명장 오금석씨가 수작업을 통해 음각으로 그림과 글씨를 새겨 넣어 제작한 것이다.
▲수로부인 공원 내에 설치되어 있는 드래곤볼 (사랑의 여의주)
5톤이라는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힘을 가해도 회전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드래곤볼은 여의주 전면에 수로부인 설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헌화가’와 ‘해가사’를 새겨 넣어 음각했다.
삼척시는 각종 관광안내 책자를 통해 “드래곤볼을 돌려서 용을 타고 있는 수로부인이 앞에 멈추면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헌화가 이미지 배경이 앞에서 멈추면 연인들의 사랑의 진실이 변치 않고 영원할 것이다. 또 해가사 배경 화면이 앞에 멈추면 여러분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사랑과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 수로부인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삼척시 관광개발과 담당자는 “단순한 수로부인의 흔적 재현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로부인 설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역사와 문학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관광객들에게 추억과 낭만을 불어 넣어주려 했다”고 공원 조성 당시의 기획 의도를 전했다.
또 “어차피 관광자원은 콘텐츠의 싸움이다. 수로부인 공원 조성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수로부인 설화와 관련되는 조각 작품을 설치할 예정으로 조형물을 제작 중에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빼앗긴 이름 강릉시 ‘헌화로(獻花路)’
『삼국유사』의「수로부인」설화와 관련하여 울진군이 선수를 빼앗긴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에서 강동면 심곡리로 이어지는 도로 이름이 ‘헌화로(獻花路)’로 명명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1.7km의‘헌화로’는 청정 동해바다를 끼고 펼쳐져 있어 동해안의 해안도로 가운데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며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브 코스로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헌화로’는 수년전 강릉시가 공모전을 통해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정한 이름이다.
물론 강릉시의 ‘헌화로’라는 지명의 명명(命名)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은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설화를 관심있게 읽어본 사람들은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여 가던 도중 노인이 나타나서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치는 ‘헌화가’와 관련한 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이틀 길을 더 가서(行二日程)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을 때 용이 나타나서 수로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헌화(獻花) 사건이 일어난 후에 2일을 더 북행한 다음에 용에게 납치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만큼, 강릉시 정동진 인근이 ‘헌화가’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순정공 일행의 목적지가 강릉이었고, 강릉에 도착하기 전에 용의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발생하기 2일 전에 헌화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삼척에서 강릉까지가 대략 40km 정도이고 고대의 불편했던 통행로라 하더라도 대략 50~60km를 넘지 않았을 것이기에‘헌화’가 이뤄진 곳은 최소한 울진 북쪽이거나 삼척 끝단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울진군 담당자“수로부인 설화의 헌화가나 해가사 잘 모르겠다...”
이런 사실과 관련하여 지역 출신 김진문교사는 2003년「울진문학」통권 10호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설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발굴하여 관광자원화 하는 한편 지방의 풍물을 외부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헌화가와 관련한 배경 찾기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가 될 것이지만, 일부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문화재 발굴을 통한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한 장소와 지명 찾기를 시도하여 철저한 고증과 답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헌화가와 울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부 군민들 사이에서 ‘헌화가’의 지리적 배경이 울진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지리적 배경을 설정하여 관광자원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울진군 공무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인근 삼척시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는 지적과 관련하여, 울진군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이전에 일부 향토 사가들이 헌화가의 배경이 울진일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본다.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설화에 나온다는 헌화가나 해가사도 잘 모르겠고, 삼척시에서 수로부인 공원을 조성했다는 얘기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울진군은 ‘헌화가’지명 찾고 이론적 토대 마련, 관광자원화 해야
‘수로부인 설화’에 근거를 두고 추진되고 있는 인근 지자체의 관광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주민들은 “삼척시와 강릉시에 선수를 빼앗긴 것은 안타깝지만 아직까지는 늦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척시에서 ‘수로부인 공원’을 조성하면서도 ‘헌화가’사건이 직접적으로 발생한 지리적 배경까지 삼척시 관내의 특정 지역으로 설정하기는 억지라고 판단했는지, ‘해가사터’와 ‘임해정’만을 공원 안에 시설한 것 등이 시사하는 바를 알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헌화가’ 사건이 발생한 지리적 배경을 유추하고 고증하는 한편, 학술적으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설화속의 얘기들을 끄집어내 현실로 이미지화하여 관광자원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향토 사가들은 ‘헌화가’의 지리적 배경이 울진 북면 나곡리에서 고포리에 이르는 어느 한 곳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이 지역은 해안단구가 발달하여 곳곳에서 동해를 끼고 바위가 병풍처럼 절벽을 이루고 있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지역이 ‘헌화가’가 탄생한 직접적인 지리적 배경일수 있다는 주장이다.
울진군은 지금까지 울진대게, 울진송이, 울진은어, 동굴(성류굴) 등 너무 많은 지역 관광자원 또는 관광 이미지를 인근 지자체에 두 손 놓고 빼앗겨 왔다.
지자체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전설까지 새로 만들어가면서 경쟁적으로 자기 지역의 고유 자원에 대한 이미지를 개발하고 홍보하여 고소득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다시 휴먼웨어로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즘은 이미지를 파는 것이 관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민들은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울진군은 ‘헌화가’의 지리적 배경은 울진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삼국유사』의「수로부인」 설화에 등장하는 ‘헌화가’의 지명 찾기와 함께 이론적 토대를 정립시키는 한편, 이미지화가 수반된 관광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유효한 자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